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간호사들에 대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 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현장에서)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라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 치료 현장에 가장 많은 사람들은 의사다. 그다음이 간호사다. 의사 간호사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비중을 따진다면 의사의 역할이 더 무겁다. 문 대통령은 간호사들을 위로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파업이 시작된 이후 간호사들이 더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코로나 와중에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같은 인화성 강한 정책을 의료계와 사전 협의 없이 밀어붙인 정부 책임도 크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간호사들이 의사 짐까지 떠안았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모든 책임을 의사 탓으로 돌렸다. 지금이 의사-간호사 이간질할 때인가. ‘쓰러진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라며 마치 의사들은 고생을 안 한 것처럼 까내린 대목은 유치하고 옹졸하다. 문 대통령이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해 의료진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 것도 ‘의사는 빼고‘였나.

평행선을 달리던 의사들과 정부 입장은 그제 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어렵게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민주당이 “의료계가 반발하는 정책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하고 의사 측은 “합의문에 담는다면 즉시 복귀하겠다”고 했다. 국정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봉합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의사들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극했다. 문 대통령은 그 전에도 “전시에 전장을 이탈한 군인들과 마찬가지”라며 의사들을 몰아세우기만 했다. 전시에 군인들 뒤통수를 친 정부는 뭔가.

이 정권은 틈만 나면 나라 곳곳을 편 가르고 갈등을 조장한다. 조국과 같은 파렴치 인물을 기어이 법무장관으로 임명해 나라를 두 쪽 낸 것은 한 예일 뿐이다. 부자 대 서민, 대기업 대 중소기업, 회사 대 노조, 정규직 대 비정규직, 서울 대 지방, 강남 대 비강남, 임대인 대 임차인, 외고 대 일반고 등 끝이 없다. 의사가 밉다고 코로나 위기 와중에 의사-간호사를 갈라치고 있다. 이런 갈라치기가 정치 표 득실에서 밑질 게 없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통합’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