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를 보면 헌법 1조가 ‘대한민국은 세금공화국’이 아닌 게 의아하다.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영국·독일·덴마크·스웨덴·호주 등 복지 선진국보다도 훨씬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아마도 평생 번 돈을 상속세 내는 데 써야 할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여 삼성전자의 배당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지 않도록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경영을 잘해서 평소 법인세 등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인이 상속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도 웃기는 대목이다. 똑같은 삼성전자를 인수해도 경영 실적이 부실해 주가가 떨어지면 상속세를 덜 내는 희한한 구조다.

일반인들의 상속세도 억 소리 나기는 마찬가지다. 이 정부가 집값을 비상식적으로 올려준 덕분에 어지간한 사람은 살던 집 한 채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조금 괜찮다 싶은 지역의 아파트를 물려주려면 족히 3억~4억원은 상속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상속받는 자녀 이름으로 아파트 명의 변경을 하려면 수천만원의 취득세를 덤으로 내야 한다. 소득세 꼬박꼬박 내고, 아파트 재산세에 과세 근거도 애매한 종부세까지 매년 정부에 갖다 바쳤는데도 다시 상속세, 취득세로 10년 저축해도 모을까 말까 한 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무슨 권리로 이런 횡포에 가까운 징세권을 휘두르는지 모르겠다.

직장인들이 매달 내는 소득세도 결코 가볍지 않다.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직 기간이 3년이 채 안 되는데도 20년 넘게 고생해 임원 배지를 달면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세율이 40%가 넘는 소득세 청구서가 날아온다. 또 병원에 가든 말든 월급이 오른 만큼 의료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사와 싸워서 연봉 올려봐야 5~6개월치 월급 인상분은 정부가 가져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나.

해외 주식 투자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는 서학개미들도 해외 주식 차익의 22%에 이르는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받아보면 ‘밤잠 설쳐가며 속앓이를 했는데 정부가 무슨 도움을 줬다고 22%나 뚝 떼가나. 내년에 손해를 보면 세금 돌려줄 건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소맥 한 잔을 마셔도, 휘발유를 넣어도, 담배 한 갑을 사도 절반 이상을 정부가 세금으로 걷어간다.

더 큰 문제는 무지막지하게 걷는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세금을 많이 내는 국민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느냐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으로 펑펑 쓰는 돈이 과연 경기 진작과 산업 발전을 위한 마중물이 되는지, 아니면 한여름 뙤약볕 아래 마른 땅에 물 한 바가지 퍼붓는 데 그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로지 매표(買票)를 위해 돈을 쓸 작정이라면 국민이 더 여유롭게 살도록, 기업인들이 새로운 곳에 투자해 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하도록 세금을 덜 걷는 게 더 낫다.

많은 사람이 과도한 상속세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일각에서는 삼성 특혜 운운하면서 막아왔다. 삼성가(家)가 이번에 상속세로 12조원을 내면서 삼성 특혜 우려도 없어졌으니 이제는 제대로 논의해보자. 그 출발점은 국민 모두가 소득이 있으면 단돈 100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물 쓰듯 쓰는 돈이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직장인 중 무려 40%가 세금 한 푼 안 낸다. 그러니 세금 내는 것을 돈 많은 당신들의 의무로, 세금 안 내는 것은 나의 당당한 권리로 생각한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논의가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