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9% 오른 올해는 보유세 파동의 원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가격에 따라 세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하는 누진세라서 공시가격 상승폭 이상으로 세금이 오르기 때문이다.

세금 급등에 성난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할 정도다. 분노한 민심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얼마 전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탑승한 택시기사는 “재산세가 너무 심하게 올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연을 들어보니 “화가 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사연에 담겨있는 것 같아 지면에 소개한다.

예순쯤 돼 보이는 이 기사는 서울 송파구 30평대 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1주택자라고 했다. 원래 10평대 아파트를 상속받았는데, 재건축되면서 평수가 넓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전까지 200만원을 넘지 않았던 재산세가 2019년 300만원대로 뛰더니 지난해엔 종합부동산세까지 합쳐 거의 5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이보다 50%가량 오른 700만원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700만원대면 택시기사 석 달치 수입”이라며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택시 수입이 줄어서 올해는 보유세 내려고 빚이라도 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서울 구별 올해 공시가격 변동률 올해 서울 공시가격이 평균 19.91%(전국 평균은 19.1%) 오르면서 하반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급등할 전망이다.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월세 상한선은 5%로 제한하면서 집주인에게 월세처럼 받는 보유세는 수십%씩 올리고 있다. 부동산세금도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이 정도 보유세가 나오려면 공시가격이 15억원(공동명의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 시세로는 19억~20억원가량 된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그래도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좋지 않으세요?” 돌아온 답변은 솔직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우리 집값만 오르면 최고죠. 그런데 강남·강북 할 것 없이 서울 아파트값이 다 올랐잖아요. 택시기사 월급으론 감당하기 힘들 만큼 세금이 너무 빨리 오른다는 것도 문제예요. 택시기사가 강남 사는 게 죄인가요.” 그의 목소리 톤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평생 부동산 투기라고는 모르고 살았어요. 그런데 정부가 투기꾼 잡는다고 세금 왕창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집값만 올려놓는 바람에 나 같은 실수요자까지 세금폭탄을 맞았잖아요.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아무 잘못 없는 실수요자가 져야 하니 억울한 거죠.” 정부의 정책 실패가 1주택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진 데 대해 분노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적다”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큰 허점이 있다. 통계청장 출신의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분석했더니, 보유세가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6%(2018년)로 OECD 평균(5.6%)의 거의 2배에 달했다. 우리나라 세수의 상당 부분을 이미 보유세로 걷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보유세율이 우리보다 높은 편이지만, 시가(時價) 대신 최초 매입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주가 많다. 재산세 급등을 막는 안전장치를 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율을 높이면서 공시가격도 크게 올렸다.

보유세는 정부가 집주인에게 받는 것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받는 월세와 같다. 그런데 정부는 작년 임대차보호법을 바꿔 전월세 상한선을 5%로 정해놓고, 정작 집주인에게 받는 월세는 수십%씩 올린다. 집 가진 사람이 아무 때나 돈 뽑아 쓸 수 있는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인 줄 안다. 정말이지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은 까면 깔수록 모순투성이다.

정부·여당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면 잘못된 정책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완화해주자는 것이 아니다. 졸지에 종부세를 내게 된 택시기사처럼 평생 투기 근처엔 얼씬거린 적도 없는 무고한 피해자를 줄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