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 원아들의 식사를 지켜보고 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이 지난달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후사’라는 말을 썼다. 핵 강국 건설을 자랑하면서 “50년, 100년, 몇 백 년의 후사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유능한 당 일꾼을 키워내라”고 했다. 후사(後嗣)란 대를 잇는 자식이란 뜻이다. 김씨 정권의 인재 기반인 중앙간부학교에서 ‘후사’를 거론한 것이다. 당 간부 출신 탈북자는 “최근 김정은이 ‘혈통’ ‘후사’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4대 세습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75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해서도 “만경대(김일성 출생지)의 혈통을 억세게 이어나가자” “주체의 핏줄기”를 강조했다. 만경대학원은 김일성을 돕다가 사망한 동료들의 자녀가 입학하는 교육 기관이다. 김정일도 여기 출신이다. 김정은으로 3대 세습이 이뤄질 때 반대 의견을 앞장서 잠재운 것도 만경대 출신들이라고 한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폭주를 하면서 ‘세습’의 그림자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정보 당국 등에 따르면 김정은은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전에 첫 아이를 얻었는데 아들이라고 한다. 지금 12~13세쯤으로 추정된다. 정보 소식통은 “이후 두 딸을 낳았는데 막내딸은 작년쯤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딸 중 큰딸의 이름이 ‘주애’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미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은 김정은 초청으로 방북하고 나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Ju-ae)를 안았다”고 했다.

김정은 장남의 이름은 알려진 게 없다. 북한군 간부 출신 탈북민은 “해외에서 북한 최고위층 자제를 호위한 적이 있다”며 “그가 말하길 두 자녀의 이름은 ‘주은과 주애’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딸이 주애라면 주은은 아들이 된다. ‘주은’이라는 이름은 부인 리설주의 ‘주’와 김정은의 ‘은’에서 따온 것이라고도 했다. ‘주애’는 리설주를 사랑한다는 뜻이 담겼다고도 전했다. 우리 정보 당국자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아들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딸은 평양에 있는 것이 확인되는데 아들은 흔적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평양에 있다면 작은 소문이라도 들릴 텐데 ‘아들이 있다’는 얘기 외에는 들리는 게 없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던 것처럼 아들도 외국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14살 무렵 스위스에서 ‘박운’ 등의 가명을 쓰며 유학했다. 친구와 선생님은 김정은이 ‘북한’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인 줄 알았다고 한다. 당시 김정은을 돌봐준 것이 리수용 스위스 주재 북한 대사였다. 리수용은 김정은 집권 후 외무상에 발탁된다.

김정은 아들도 해외 유학 중일 가능성이 있다. 어디일까. 이와 관련해 지재룡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가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들린다. 2010년 주중 대사로 부임한 지재룡은 2013년 말 숙청된 ‘친중파’ 장성택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환돼 숙청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지금까지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새 주중 대사로 리용남이 부임했는데도 지재룡이 귀국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코로나 봉쇄 때문이라고 하지만 여러모로 이상하다.

김정은은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갑작스레 후계자로 내정됐다. 급한 세습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김씨 일가는 북한 땅을 자기들의 ‘사유지’로 여긴다. 북 주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다. 누군가가 후사의 ‘사유지’를 넘보는 것을 막으려면 핵무장을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핵을 가진 ‘4대 세습자’까지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