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에서 보도가 나오고, 오늘 공청회가 열리지만 아직 어떻게 이 같은 목표가 나왔는지 근거 자료조차 보지 못했습니다.”

22일 오전 기자와 통화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의 답변이다. 탄녹위는 이날 ‘탄소중립 기본계획’ 공청회를 환경부와 공동으로 개최하고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별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환경단체·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공청회가 열리는 이날까지 정작 해당 계획을 검토·심의했어야 할 탄녹위 위원 다수는 계획이 어떻게 결정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한 위원은 “탄녹위 위원들이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수준의 자료를 받은 게 20일 자정 무렵이었다”며 “공청회까지 하면서 31일 전체 회의 때에야 사무처가 근거를 설명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위원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원 패싱’ 논란을 두고 밀실에서 이뤄지는 탄녹위의 의사 결정 실태를 보여주는 예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장-총괄위-사무처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위원들은 들러리만 서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에너지·산업 전환분과위원회에 소속된 한 위원은 “22일에 공청회를 연다는 사실조차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참석하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사무처에서 오고 싶으면 일반 참석자로 신청하라더라”며 답답해했다.

애초부터 ‘2050 탄소중립’, ‘2030 NDC’와 같은 국가 대계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편향되게 구성되면서 이 같은 밀실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10월 새롭게 출범한 탄녹위는 이전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와 비교해 민간위원은 76명에서 32명으로 줄었고, 분과위도 8개에서 4개로 통합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특정 분과와 일부 위원들의 입김에 좌우되기 쉬운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원이 줄며 10명 안팎이던 산업계 대표는 사실상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한 명으로 줄었고, 에너지 분야 교수·학자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계 조사·연구 결과 국내 기업들이 2030년까지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은 2018년 배출량 대비 5%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11.4%로 3.1% 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적인 목표만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산업계에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받는 ‘2030 NDC’는 환경단체 인사가 주축이던 1기 탄중위의 작품이었다. 2기 탄녹위가 주도하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각계각층과 전문가의 의견을 담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