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경기가 열린 카타르 도하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한 카타르 팬이 사진을 찍고 있다./로이터 뉴스1

프랑스 프로축구팀인 파리 생제르맹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라는 세계 최고 축구 스타가 모여 있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선수들을 사 모을 만큼 구단 재정은 넉넉하다. 이 팀을 소유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세계 최고 부자 구단주이기 때문이다. 수백조원대인 그의 재산은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를 소유한 아랍에미리트의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 부총리를 앞선다.

왕정체제인 카타르는 나라 전체가 ‘축구에 진심’으로 보인다. 4년에 한 번 아시아 대륙의 최강자를 가리는 아시안컵을 1988년 처음 유치한 이후 2011년에 다시 열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때는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2023 대회 개최권도 따냈다. 당초 2023년 대회를 열기로 했던 중국이 코로나 재유행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한국도 유치전에 나섰다. 1960년(2회)에 유일하게 이 대회를 치렀던 한국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주도로 “동아시아 지역인 한국에서 대회를 여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논리로 호소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지난달 한국을 제치고 개최권을 따냈다. ‘오일 머니’를 앞세워 참가국 지원 등 파격적인 유치 조건들을 내걸었다고 한다.

카타르는 21일 개막한 월드컵에 이어 내년 아시안컵, 2024년 23세 이하 아시안컵까지 연달아 연다. 카타르는 아시아 축구의 중심에서 나아가 ‘글로벌 스포츠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이후 15년 동안 국제대회 500개를 치렀다고 선전한다. 종목이나 연령대에 관계없이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긁어모으다시피 했다.

스포츠에 이렇게 많은 돈을 쏟는 이유가 있다. 국제 대회를 치르려면 경기장뿐 아니라 호텔, 항공, 도로, 철도 같은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300조원 가까이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역대 월드컵 개최지 중 면적·인구가 가장 작은 이 나라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인지도를 올리고, 외국 자본을 유치해 첨단 미래 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장기적으로 국제 물류나 금융 산업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천연가스·석유 같은 자원은 언젠가 바닥나므로 국가 차원에서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겠다.

하지만 서구 언론과 인권 단체들은 꿈을 좇아 카타르에 온 해외 이주자 수천 명이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목숨을 잃었으니 보상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돈 욕심’에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을 승인한 국제축구연맹도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반면 아랍권에선 이 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복잡한 시선 속에 월드컵 막이 올랐지만, 지구촌 스포츠 축제를 마냥 즐기기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2015년 5월 4일 월드컵 경기장 공사를 마친 이주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준비기간 동안 죽거나 부상당한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보상기금 조성 요구를 거부했다./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