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 자체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안에 서명하고, 지난 4일엔 미 정부 투자기관인 국제개발금융공사가 브라질 니켈·코발트 광산 개발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미 정부가 이렇게 희귀 광물 확보에 나선 건 전기차를 필두로 한 자국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희소 금속 매장량이 많기도 하지만, 2005년부터 일찌감치 남미·아프리카 등지를 누비면서 4170억달러(약 478조원)를 투자, 리튬 등 각종 해외 광산을 쓸어담고 있다. 최근 코로나 후유증으로 광산 매물이 곳곳에서 쏟아지자 이마저도 욕심을 내고 있다.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2009년 ‘희소 금속 확보를 위한 4대 전략’을 수립하고 종합상사들의 해외 광산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올해 코발트 등 34개 전략 금속 공급 안정화를 위한 특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각국은 자원 민족주의에 대비한 에너지 자원확보와 투자 수익 목적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 빈국에서 벗어나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해외 자원 개발은 예외 없이 적폐 신세에 몰려 존폐 기로에 서 있다. 광물자원공사가 사들인 세계 3대 니켈광(鑛)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지분(33%)과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 코브레파나마 지분(10%)은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이후 3년간 정부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지원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수도 없이 “과거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건 좋은데 아예 손을 떼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지적해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정부가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세계적 추세와 정반대로 가는 동안 우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희귀 광물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해당 자원 생산국은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 니켈 공급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0월 니켈 원광 수출을 중단했다.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 리튬·코발트 자급률은 0% 수준으로 배터리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해외 자원 개발은 탐색 비용도 많이 들고 외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민간 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에너지·자원 정책은 정권 차원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미래 세대 생존이 달린 이 문제를 이 정권은 무슨 역사 지우기처럼 다루고 있다. 그 후유증은 미래 세대로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