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40세인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녹색당 공동 대표. 오는 9월 총선에서 녹색당 총리 후보로 선출됐으며, 실제로 총리가 될 확률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AP 연합뉴스

요즘 독일에서 ‘트램펄린’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타고 있다. 용수철을 연결한 캔버스 천 위에서 높이 뛰어오르는 도구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이 정당의 총리 후보인 안나레나 베어보크를 두고 트램펄린처럼 인기가 치솟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베어보크가 10대 시절 트램펄린 체조 선수였다는 것을 활용한 비유다.

녹색당은 더 이상 주변부의 대안 정당이 아니다. 지난 3월 이후 여론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여당 기민·기사당 연합과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를 다투고 있다. 158년 역사를 가진 좌파의 간판 사민당을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누르고 있다. 시민단체 이미지가 강했던 녹색당이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고 있는 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만으로 전부 설명할 수 없다. 변신을 위한 드라마를 썼다.

먼저 세대교체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녹색당은 두 명의 공동대표를 두고 있다. 40세 여성인 베어보크와 51세 남성인 로베르트 하베크다. 하베크가 환경 운동가 그룹에서는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연륜 있는 남성인 하베크가 총리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세대교체를 원하는 열망을 감지한 하베크는 통 크게 양보했다. 하베크는 베어보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는 발표를 하며 “무대는 전부 너의 것”이라고 했다. 기민당과 사민당 총리 후보가 모두 60대 남성이다 보니 ‘포스트 메르켈’이란 상징적인 표현은 베어보크에게 집중되고 있다.

베어보크는 친환경에 대한 소신은 강하다. 하지만 나머지 정책에는 좌파 색채가 강하지 않은 중도주의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왔기 때문에 안보관이 ‘의심’을 사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해외 경험을 쌓았고 영어에 능통해 고루한 구시대 좌파 정치인들과 면모가 다르다. 고등학생 시절 미국에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왔고, 함부르크대를 나와 석사를 런던정경대에서 마쳤다.

당 차원에서도 녹색당은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쇄신에 성공했다. 녹색당은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중도 우파 기민당과 연정(聯政)을 꾸려 이념을 뛰어넘는 통합 정치를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셰의 본사가 있는 이곳에서 대기업을 적대시하던 예전 모습을 자제했다. 덕분에 ‘기업 활동에 딴지를 거는 정당’이라는 오래된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대교체에 성공하고 중도에 다가가니 지지율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9월 총선에서 녹색당은 좌우 양쪽으로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베를린 주정부처럼 사민당·좌파당과 함께 좌파 연정을 꾸릴 수도 있고, 바덴-뷔르템베르크주처럼 기민당과 함께 대통합 연정을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당이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에 대해 독일 녹색당은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