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감사원 감사로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것이 작년 6월. 보건복지부 전수조사 결과,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여성에게서 태어난 2123명 아동과 외국인 여성에게서 태어난 4000명 아동이 출생 등록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오랫동안 국회 계류 중이던 출생통보제가 급물살을 탔고,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부모가 출생신고 하지 않은 아동을 병원과 행정기관의 정보 교류로 출생신고 하는 절차가 마련되었다. 이후 병원 출산 회피 가능성, 위기 임산부에 대한 지원 문제가 본격 논의되어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금년 7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임신 중 또는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여성이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출산 및 양육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의료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아이의 출생신고와 양육을 맡을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위기 임산부는 안전한 출산을 보장받게 되고, 위기 임산부의 자녀로 태어난 아동은 출생 등록 권리,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받게 되었다.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는 위기 임산부와 그 자녀인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임산부 상담 기관 지정, 위기 임산부 대상 가명 진료 절차 마련, 보호출산 산모에 대한 비용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의 임신 및 출산, 자녀 양육 과정을 떠올려 보자. 아무리 의료가 발달해도 출산하는 모든 여성은 목숨을 건다. 하물며 출산 후 자신과 아동의 삶이 안전하지 않은 여성은,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10개월을 지내게 될 것이다. 산후 조리와 돌봄을 해 줄 수 있는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관계가 단절되면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출산 후 지낼 곳이 없을 때, 학업과 일을 할 수 없을 때, 바로 복지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고, 의도치 않게 아동 학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출산이나 양육 정보 제공만으로는 위기 임산부와 아이를 도울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지원은 임신 사유와 양육 여건, 지역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세심한 맞춤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위기 임산부 상담 기관에서 일하는 상담원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담원은 단지 보호출산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양육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문 상담 기관에 접근하지 못하는 위기 임산부는 가장 힘든 시기,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인, 사회복지사, 교사, 공무원 등이 도와야 한다.

보호출산 제도 도입을 계기로 혼자 아동을 출산 양육하는 임산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자. 불가피한 상황으로 출생과 동시에 생모와 헤어지는 아동은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고 안전하게 양육되도록 하자.

지금부터 태어나는 아이는 엄마의 짐이 아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우리 공동체의 축복 속에 기록되고 양육되도록 모든 지혜와 협업이 현장에서 꽃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