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농정은 시련의 시기를 거치고 있었다. ‘45년 만의 쌀값 최대 폭락’과 여기서 발단이 된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은 충분한 고민과 사전 공감대 없이 공론화됐다. 이후 작년 국정감사를 비롯해 대통령의 재의 요구가 있기까지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쌀 산업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쌀값 회복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80kg 수준 회복, 가루쌀 등 벼 대체 작물 지원 확대, 농업직불금 예산 3조원 이상 확보’라는 3가지 약속을 농업인께 말씀드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첫째, 작년 9월 수확기에 앞서 역대 최대 규모인 90만t의 쌀 매입을 과감히 결정해 쌀값을 단기간에 상승세로 반등시켰고, 쌀 농가와 농촌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둘째, 올해 초부터는 새로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를 핵심 축으로 논에 벼 대신 가루쌀, 콩, 조사료 등을 재배하는 적정 생산 대책을 추진해 10만t에 가까운 밥쌀 생산량을 선제적으로 감축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 농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셋째,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을 보다 강화해 내년 농업직불금 예산을 올해보다 3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3조1042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10월 초 통계청은 2023년산 쌀 예상 생산량을 작년 대비 8만t 감소한 368만t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쌀 시장 격리 조치 없이도 수확기 안정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흐름을 보였던 쌀값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와중에 재의 요구권이 행사되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또다시 국회 논의 탁자에 올라와 있다. 쌀과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일정 가격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을 보장해주자는 내용이다. 물론, 쌀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장 기능을 훼손하는 부작용은 여전하다.

국민들의 소비 패턴과 식습관이 변화하여 밥으로 먹는 쌀의 수요는 계속 감소하는 한편 고품질, 가공용, 밀가루 대체 등 다른 용도의 쌀 수요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상 기후가 심해져 쌀 생산 여건도 크게 변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우리 쌀 산업이 변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벼 재배 면적과 작황을 드론으로 점검하여 생산량을 사전에 관리하고, AI와 빅데이터로 소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면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수급 관리가 가능하다. K푸드와 함께 최근 해외 히트 상품인 냉동 김밥과 같은 쌀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천원의 아침밥’ 사업처럼 쌀 소비를 촉진하는 새로운 정책도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많은 분들의 톡톡 튀는 제안도 귀 기울여 듣는 중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농정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열망이 크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시대 흐름을 역행하면 성공할 수 없다. 쌀 시장과 정책은 변모하는데, ‘무조건 사주자, ‘가격을 정해주자’라는 외침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쌀에 대해 접근하고, 농업의 혁신 성장과 미래 가치를 주목한다면 온 국민이 우리 농업의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