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촉발된 선생님들의 대규모 집회는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슬픔과 충격, 과제를 던져준다. 선생님들의 외침은 학교 현장의 무너진 교권을 향해 있고, 인권과 생존권에 관한 절규에 가깝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교육 외 행정 업무가 과도하다고 응답한 교사들의 비율이 현저히 높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과반수에 달하며, 최근 자살을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이 있다는 비율도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높다.

현재 우리 사회 교권 논란의 중심에는 아동학대가 있다. 아동학대가 교권의 맥락에서 소환되는 것은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행하는 행위에 대해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고소하면 교사들은 일단 직위 해제되어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오랜 시간 고통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이 과정에서 교사들을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규정하는 법(아동복지법)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들이 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이해하기 쉽다.

최근 아동복지법 개정 논의 또한 위와 같은 시각을 담지한다. 개정안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특히 정서학대로 간주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지난 9월 21일 통과된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에 이미 담긴 내용으로, 생활지도와 같은 교직의 특수성은 아동복지법 개정보다 교원 관련 법과 제도를 통해 반영하고 보완하는 것이 맞는다. 아동 보호의 측면에서 볼 때, 특정 직군에 대해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은 헌법이나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그런 권리가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 교사의 교육권과 아동의 권리는 갈등 관계에 있지 않을뿐더러 교권을 더 잘 보장하기 위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아동의 권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의 개정이 아닌 아동학대 조사와 수사 등 관련 법 집행 및 행정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80% 이상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발생하고,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진 제도가 교사와 같은 가정 외 보호자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개별 직군에서 그에 걸맞은 법 집행 및 행정상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권 보호 4법의 국회 통과는 그 좋은 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대 판단에 교사직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교육청 수준에서 학대 판단에 참여하여 의견을 표명하고, 악성 민원을 포함한 교권 보호 종합 방안을 수립하는 등 후속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동 보호 체계는 가장 취약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아이들의 눈물과 죽음으로 어렵게 진화해 왔다. 이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교사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학교 현장은 교권과 아동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함께 지켜져야 하는 곳이다. 아동복지법의 개정이 아닌 법 집행과 관련 제도의 보완을 통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만이 지금까지 교사들의 노력에 응답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