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규제 개혁을 통한 기업 주도 혁신 성장을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들고나왔다. 지난 정부의 친(親)규제 국정 프레임에 대한 적절한 반성일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다시 발전 궤도로 복귀시킬 단초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들도 출범 초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경우가 많을 정도로 규제 개혁은 어려운 과제다.

첫째, 관료의 저항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규제는 관료의 이익을 만들어낸다. 이들에게 규제는 권한이고, 그 권한은 현직뿐 아니라 퇴직 후 자리와도 연관돼있다. 규제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관리할 기관이 필요하고 그에 부수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규제를 없애려면 관료들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규제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고, 관료는 그것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논박하기 쉽지 않다. 이런 관료의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 강력한 규제 개혁 압력으로 관료들이 규제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만들고, 관료들이 지시·명령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 편의를 고려하고 시장 친화적인 규제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둘째, 규제 도입 심사 때 해당 규제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편익을 사전에 평가하는 ‘규제영향분석(RIA·Regulatory Impact Analysis)’을 철저히 시행해 불필요한 규제 도입을 막아야 한다. 문제는 RIA를 도입한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필요한 고도의 경제·사회적 분석 역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은 정부가 체계적 노력과 투자로 전문적·독립적인 인력풀을 만들어야 갖출 수 있다. 규제 영향 평가의 실질적 역량이 부족하면 규제의 기대 효과가 국민이 부담할 암묵적 비용보다 큰지 작은지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정밀하고 완성도 높은 규제 분석 자료가 없을 경우 규제 정책은 비(非)이성적인 강변(强辯)이나 감정,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기 쉽다.

셋째, 국회의원 입법이 규제 개혁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입법은 RIA가 제도화되어 있지만 의원 입법은 사전 영향 평가가 의무화되지 않아 무분별하게 규제를 늘릴 수 있다. 행정부에서 아무리 규제 개혁을 잘해도 의원 발의 입법에서 RIA 같은 실질적이고 정교한 규제 분석 과정을 도입하지 않는 한 규제 부담 완화는 어렵게 된다. 행정부의 규제 심사가 강화되다 보니 관료들은 의원 입법이란 우회 루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에 자의적인 입법의 문이 열려있는 한 편의적 규제가 남발되고, 조악한 규제로 인한 국민의 고통은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규제 개혁 시도는 정치적 압력으로 무산되기 쉽다. 규제는 만들어지는 순간 이익집단을 만들고 그 이익은 기득권화한다. 그 집단은 이를 지키려 목숨을 건다. 규제 개혁은 이익집단의 거센 저항 앞에서도 중립적·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과연 우리 정부, 국회, 국민이 흔들림 없이 그런 자세를 가질 수 있는가. 그러지 못 한게 현실이다. 문제가 있으면 근본 원인 치유보다 대증적이고 상황 모면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쉬운 길만 찾으려다 보니 하룻밤 사이 규제를 만들고, 집단적으로 떼를 쓰면 들어주고, 정작 만들어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치가 친(親)규제 정책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규제 개혁은 외롭고 힘든 싸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경제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6500조원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이 위기 속 우리가 믿을 것은 산업 혁신뿐이다. 규제 개혁 없이는 혁신과 생산성을 기약할 수 없고, 우리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