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 이순신 제독은 중앙정부의 병참 지원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전투함을 건조하고 수병들을 먹여가며 7년간이나 일본의 거대 함대를 막아 내고는 산화했다. 1985년에는 중국 해군이 3척의 중대형 전투함을 끌고 한국 영해를 휘저으며 파고 들어와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무력 시위를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는 압도적인 해양세력으로 가득 차 있다. 경제 활동의 대부분이 해상 물동량으로 이루어지는 실질적인 섬나라인 대한민국에서 해양 주권은 국민의 생명줄이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US NAVY

1982년 영국 본토에서 1만3000 km 나 떨어져 아르헨티나 앞바다에 있는 영국령 포클랜드섬을 당시 남미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던 아르헨티나가 무력 점령했다. 소형 경항공모함 2척밖에 없었던 영국 해군은 민간 화물선인 애틀랜틱 컨베이어호에 갑판을 임시로 설치해 해군 항공대를 바로 전투에 투입한다. 아르헨티나 군은 이 ‘가짜 항공모함’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영국 해군 항공대는 더 우수한 제원을 가진 아르헨티나 육상 발진 전투기를 압도했다. ‘움직이는 활주로’인 항공모함과 그에 따른 해군 항공전력이 얼마나 위력적일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제 2차대전 당시 미국은 해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민간 상선 상부에 갑판을 설치해 훈련용 항공모함으로 운용했다. 미국도 이러한 저예산 장비들을 가지고 모험에 가까운 시도를 하면서 해군항공 전력을 육성한 것이다. 유럽 전선에서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유사한 이탈리아는 영토 자체가 불침 항모라며 항공모함 무용론을 내세웠다가 함재기를 이용한 영국 해군에 허무하게 패했다. 6·25 전쟁에서 항공모함은 공군력의 한계를 보완하고 수적 열세였던 지상군을 실시간 근접 지원했다. 근대 전쟁의 획기적인 전환점과 해군의 발전은 이처럼 해군 항공전력의 성장과 함께 이뤄졌다.

우리 해병대는 북한의 수개 군단 전력을 후방 바닷가에 잡아놓고 있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에 호되게 당한 북한은 전면(前面)의 전선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쉽게 후방의 해안방어 전력을 빼내어 남하시키지 못한다. 해상 상륙작전 능력을 강화한다면, 전체적으로 군을 첨단 기동군의 형태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해병대의 생존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근접 항공지원을 담당할 해군 항공전력에 달려 있다.

얼마전 필리핀 근해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감시하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함 함장의 당찬 모습을 담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사진에서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랴오닝함에서 이착함 하는 훈련을 분석한 미 해군 수뇌부의 심경은 복잡해졌다고 한다. “중국 해군항공대가 많이 성장했다”고.

영국은 중형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를 건조하기 수년 전부터 해군 항공대 파일럿들을 미 해군에 위탁교육 시켰고, 일본도 자국의 경항모를 개조하거나 건조하기 수년 전부터 배치 예정된 F-35B 스텔스 함재기의 파일럿 양성을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항모 건조 자체에 대해서만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최정예 해군 항공대가 없는 항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수상함 전력만으로 구성되는 해군은 19세기 이전의 해군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 항모 건조의 핵심 가치는 함상에서 이착륙하는 ‘고정익(固定翼)’ 해군 항공대를 만드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중고 유조선이라도 개조해 비행갑판을 올리고, 프로펠러기를 도입해서라도 고정익 함재기를 띄워야 한다. 그래야만 수상함 전력뿐 아니라 잠수함, UDT/SEAL과 같은 해군특수전 병과와 조화를 이루면서 입체적인 해군 전력을 만들어 갈 수 있고 바다에서의 국익을 보호할 수 있다. 해상에서의 항공전력 구축은 다음세대를 위해 우리 세대가 남겨 주어야 할 투자이자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