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배민을 자주 쓴다. 회사 갈 필요 없는 프리랜서가 되면서 더 자주 쓴다. 내 카드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배민에서 하루 두 끼와 야식 시켜 먹은 내용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기사 딸린 차도 없고 골프도 하지 않는다. 더 나올 게 없다.

배달로 연명하다 보니 눈이 생겼다. 성의 있는 가게와 없는 가게를 구별하는 눈이다. 성의 있는 가게는 비닐봉지를 꽉 묶지 않는다. 꽉 묶인 봉지는 풀기 어렵기 때문이다. 별것 아닌 듯해도 차이가 크다. 느슨하게 묶은 가게가 음식도 더 정성스러운 경향이 있다.

일본 갈 때 감탄하는 게 하나 있다. 편의점 제품 포장지 개봉이 참 수월하다. 한국 제품 포장 특징은 강한 밀봉이다. 일본은 편한 개봉이다. 전자는 생산자를 더 위하는 것이다. 후자는 소비자를 더 신경 쓰는 것이다. 쿠크다스 포장 뜯다 마음이 쿠크다스처럼 바삭해졌던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 것이다.

놀라운 기자회견을 봤다. 문화적 사건이었다. 한국어 공부하는 일본 친구는 “개저씨라는 새 단어를 배웠다”며 기뻐했다. 우리말이 고생이 많다. 주말 내 엇갈리는 의견을 보며 슬퍼졌다. 한국 아이돌 산업 주인공은 누군가. 아이돌인가 만드는 사람들인가. 이 사태로 알게 된 건 주인공은 확실히 후자라는 것이다. 거대 공장장들 말이다. 그럼 소비자는?

아이돌 덕질 시작하며 깨달은 게 있다. 이건 고통의 길이다. 생산자에게 나는 재무제표상 숫자에 불과하다. 매년 비슷한 상품이 공장에서 나오면 나는 또 자석같이 붙어 ‘슈퍼 이끌리네’ 하며 기뻐할 것이다. 완벽한 포장에 감탄할 것이다. 뜯는 것이 고통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니다. 나는 이 사태에 어떠한 입장도 없다. 짧은 지면에 욱여넣을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니 적극적 소비자로서 이걸 공장장들에게 물으며 끝내야겠다. 즐거우세요? 아 즐거우시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