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대구시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지방선거 조사를 하면서 총 응답자가 739명인데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아낸 것처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조사업체 A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A사 대표와 임직원은 1년여 만인 최근 1심 재판에서 300만~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A사는 지난 2월부터 대통령 지지율 등 정치 현안을 격주로 조사해 왔다. 매번 중앙선관위 산하 여심위에 결과를 올리며 발표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실시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모두 20% 안팎이었다. 지난 4일 발표한 조사는 18.7%로 5월 들어 32곳 조사회사의 결과 가운데 가장 낮았다. 최고치인 42.1%에 비해선 차이가 20%포인트 이상에 달했다. A사가 재판을 받으면서도 조사를 하고 발표도 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 최종 판결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여심위 등록업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여심위에 의해 과태료 처분을 받고도 조사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 많다. 2021년 8월에 B사는 대선 여론조사에서 일부 면접원이 유도성 질문을 하거나 응답자 연령대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최고 상한액인 3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한 종편 방송사 의뢰로 대선 여론조사를 26차례나 실시했다. 2020년 2월엔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등록해 1500만원 과태료를 부과받은 C사가 이후 같은 달에만 총선 여론조사를 여섯 차례 더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신뢰 하락에 여심위의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이 있다”고 한다. 여심위가 조사회사 등록제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등록한 회사 128곳 중에서 등록이 취소된 회사는 39곳이다. 진입은 쉽고 퇴출 기준은 부실해서 불량 조사회사 난립을 부채질했다.

작년 12월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여심위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여론조사 품질과 관련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여러 논란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선 “조사회사가 등록의 기본 요소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등록 취소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재등록이 힘들도록 복귀 요건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여심위는 학회의 제안 내용을 적극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작년 지방선거 때 ‘가짜 응답자’로 결과를 날조한 A사에 대해 재판부는 “조작·왜곡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이를 보도하게 한 행위는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런 불량 조사회사가 재판을 받는 중에도 버젓이 여론조사 결과를 계속 내놓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