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을 비호하는 사람이 먼 데 있지 않다. KBS PD 이름도 말할 수 있다.” “KBS에 자주 출연하는 여성 통역사도 신자로 외국인 성피해자들 통역을 한다. 그런 사람들이 KBS 방송에 노출된다면… 그를 따라가면 성피해자가 되는 거다.” 이단교회 JMS를 추적하다 부친이 극악한 테러를 당한 현직 교수가 있다. 그의 30년 헌신 덕에 사이비의 악행이 밝혀졌다. 엊그제 그가 KBS 1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JMS 신도=성폭력 가담자’라는 주장은 비약이다. 하지만 그걸 지적하는 목소리는 작다. 대신 지금 온라인에서는 KBS PD와 통역가 색출 작업이 한창이다.

살인, 성폭행, 착취 등 '이단 교주' 4인의 행각을 그린 그린 넷플리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그가 누군가 지목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는 이런 보도 후 광신도가 몰려올까봐 언론사도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신도들이 다 꽁꽁 숨었다. 대중의 분노가 크다.

출발점은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제작 MBC)이다. 성폭행범 교주 정명석과 JMS(3편), 교주 박순자 등 32명이 사체로 발견된 오대양 사건(1편), 김기순이 교주인 아가동산 살해 사건(2편), 성폭행 기결수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2편)를 다뤘다.

때깔 좋은 촬영과 후작업, 자료실에 잠자고 있던 방송사의 현장 영상, 얼굴을 드러낸 성범죄 피해자의 절박한 증언. ‘K드라마’에 이은 ‘K다큐’가 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적잖은 시청자들은 “더러워서 볼 수가 없었다” “성착취 동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한다.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 알몸 여성들의 음부와 음모가 화면을 채우고, 글로 옮길 수 없는 성행위 언어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알몸이 나와야 시청자가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건 아닌데도 그렇게 했다. 누군가는 “다큐 포르노”라고 했다.

제작진은 “실제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피해자가 실명으로 나선 것도 ‘면책’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원래 성범죄 보도에서는 ‘노출’만큼 ‘보호’도 크게 신경 쓴다. 범죄 보도가 ‘범죄 교과서’가 되지 않도록, 피해자 삶이 악화되지 않도록 언론은 ‘적정선’을 지킨다. 넷플릭스에 나온 자료화면이 정작 MBC에는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반 JMS 단체 대표 '엑소더스'를 이끌며 30년간 싸워온 김도형 교수. 부친은 죽음에 가까이 갈 만큼 큰 테러까지 당했다. /넷플릭스

성폭행당한 여성 신도는 여러 편에서 다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젊고 아름다운 외국 여성의 사례를 가장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다’며 그 과정을 소상히, 반복해 보여주는 것, ‘성 착취적 시선’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넷플릭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런 소재의 다큐가 올라오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선정적인 콘텐츠는 본 적이 없다. 사악한 사건을 사악하게 다뤘다. 이런 의문이 든다. ‘거악’을 ‘악’으로 다루는 건, 불가피한가.

신문윤리위원회는 신문에 ‘자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권고하지만, 넷플릭스에는 전라와 성기, 시신이 나와도 누가 뭐라지 못한다. 넷플릭스 같은 OTT는 규제 근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판단해 삭제할 수 있지만 ‘과잉 규제’란 비판이 따를 것이다. 이 ‘규제 사각 지대’를 선정성이 먼저 차지했다. 사실 조각을 이어 붙인 ‘가짜 팩트’, 정치 편향이 그 자리를 노리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는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고 여러 번 밝혔다. 뉴스는 경쟁이 치열한 고비용 구조인 데다 신뢰도와 편향성 시비가 잦다며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반JMS 활동가인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JMS간부들이 정 총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쁘고 키큰 여성들을 포섭해 성상납했다고 폭로했다. 엑소더스 자료. /뉴스1

그런 넷플릭스가 이 다큐에 투자한 이유는 뻔하다.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피해자를 선정적으로 다루고, 대중이 흥분해 린치 태세를 갖추고, 뒤늦게 공권력이 올라타는 ‘악마 사냥’ 오락의 시대가 열렸다. 이게 넷플릭스가 원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인가.

🚩🚩 <이단의 실체를 추적해 온 탁지원 소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