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여론조사 탓’을 했다. 요즘 여론조사에 보수층 응답자가 너무 많아서 지지율이 떨어졌고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효과로 (응답에 적극적인) 보수층이 과표집된 게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층 과표집’ 주장은 근거가 없다. 주요 조사 회사 4곳이 함께 실시한 전국 지표 조사(NBS)의 작년 말과 최근 조사에선 전체 표본 중 보수층 비율이 34%에서 33%로 오히려 줄었다. 그래도 여야(與野) 지지율은 32% 대 28%에서 39% 대 26%로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과 진보층의 지지율 하락도 ‘보수층 과표집’과 무관하다. NBS 조사에서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은 지난해 말 59%였지만 최근 42%로 급락했다. 진보층도 지지율이 54%에서 51%로 떨어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전통적 지지층도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전략위는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김어준이 차린 조사 회사인 ‘여론조사꽃’의 ARS 조사는 여당보다 10%포인트나 우세하다는 분석이 담긴 자료를 배포했다고 한다. 최근 한국갤럽, NBS, 알앤써치, 국민리서치그룹 등 대다수 조사는 여당 지지율이 높았지만 민주당은 ‘예외적으로 유리한’ 김어준표 조사를 믿고 싶은 듯하다.

하지만 김어준표 조사에선 특정 답변을 노리는 것 같은 문구가 종종 보인다. ‘검찰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의 3번 연속 검찰 출석을 요구했다. 이는 차기 대권 주자를 제거하려는 표적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식이다. 이 대표 측 주장만 나열하며 ‘표적 수사’ 쪽으로 응답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대다수 조사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적법하다’가 우세하지만 여론조사꽃은 ‘표적 수사’란 응답이 58%였다.

또 여론조사꽃은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장관 관련 조사가 유독 많다. 최근 발표한 ARS 조사는 전체 6문항 가운데 3개가 김 여사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난 12월엔 전체 문항 10개 중 6개가 한 장관의 정치인 자질과 답변 태도 등이었고 하나는 김 여사 검찰 소환 필요성을 물어본 조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설문 과정에서 특정 정파에 유리해 보이는 항목이 이어지면 반대쪽 지지자들이 조사 중에 전화를 끊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 조사 결과가 왜곡된다”고 했다. 어떤 조사 회사가 어떻게 조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하우스 이펙트’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불리한 여론조사는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김어준표 조사’만 믿는다면 지지율 하락 원인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대가는 내년 총선에서 혹독하게 치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