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연대로 집권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당시 다수당이면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5·16 쿠데타 주도 전력과 도덕성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총리 인준이 6개월이나 표류하는 동안 여야(與野) 지지율은 30% 대 26%에서 37% 대 16%로 차이가 4%포인트에서 21%포인트로 벌어졌다(한국갤럽 자료).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의 2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완구 전 총리의 인준 처리는 부동산 투기, 병역 문제 등을 이유로 야당이 반대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당시 야당의 문재인 대표는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놓고 ‘여야 공동 여론조사’를 불쑥 제안했다. 하지만 그 시점 갤럽 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은 42% 대 24%였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바닥 수준인 야당이 ‘여론조사로 총리 임명을 정하자’는 건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 지지율은 43% 대 29%로 차이가 14%포인트에 달했다. 갤럽 조사에서도 45% 대 31%로 일주일 전 40% 대 41%에서 급변했다. 야당 지지율이 일주일 사이에 10%포인트나 폭락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만 보기 어렵다. 거대 야당의 총리 인준 거부와 ‘저질 코미디’란 비난이 쏟아진 법무장관 후보자 청문회의 영향이 컸다.

역대 정부 초반에 치른 선거에서 야당이 항상 패한 이유 중 하나는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이었다. 대선에서 패한 야당이 새 정부 견제 수단으로 총리 인준과 장관 청문회를 활용했지만 국민 시각에선 ‘국정 발목 잡기’에 불과했다. 정권 교체기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국무회의 시간 변경 등 온갖 꼼수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 것도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한몫했다. 과거에도 거대 정당의 입법 폭주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0년 8월 임대차 3법 처리가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갤럽 조사 때 41%에서 33%로 하락했다.

그래도 야당은 여전히 협치(協治)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는 최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은 173석의 거대 야당”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173석’을 강조한 그의 말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을 이끌며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안겨 준 2년 전 총선 결과에 아직도 자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정에 실패한 민주당은 이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잇따라 심판받았다. 민주당이 연이은 선거 패배에도 아무런 반성 없이 계속 의석수로 ‘힘 자랑’을 한다면 ‘발목 잡는 야당 심판론’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