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말은 북풍을 그리워하고, 남쪽 새는 남녘 가지에 둥지를 튼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는 말이 있다. 우선은 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넓은 중국 땅에 남북으로 크게 존재했던 별종의 인문(人文)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호(胡)는 대륙의 복판인 중원(中原)의 정서로 볼 때 북녘에 있던 이민족의 총칭이다. 월(越)은 남쪽의 너른 지역에 숱하게 분포했던 사람들을 통칭한다. 혈통은 물론이고, 언어와 습속이 중원과는 사뭇 달랐던 이들이다.

저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을 모두 ‘오랑캐’로 치부했던 전통적인 중국의 국토와 인문 관념의 큰 배경이다. 참고로, 중국은 북쪽의 유목을 북적(北狄), 동쪽의 인문을 동이(東夷), 남녘 사람을 남만(南蠻), 서쪽의 미개함을 서융(西戎)으로 구분했다.

넓은 의미에서 ‘호’는 북적과 동이, 서융을 모두 포함한다. 그에 비해 ‘월’은 춘추전국시대까지 명맥을 유지했던 초(楚)나라가 상징했던 남쪽 문화의 대표적 개념이다. 중국의 역사 전개는 ‘호’의 끊임없는 침략에 밀려 중원에 거주했던 사람들이 ‘월’로 밀려 내려가 서로 뒤섞이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 남북의 경계는 서북쪽에서 흘러내리는 진령(秦嶺)이라는 큰 산맥과 “귤이 물을 건너면 탱자로 변한다”는 동남부 회수(淮水)다. 이를 중심으로 남북이 드러내는 문화적 차이를 베이징(北京) 중심의 ‘경파(京派)’, 상하이(上海) 위주의 ‘해파(海派)’로 분류한 적도 있다.

중국에는 그런 다양한 인문, 혈통적 갈래가 존재한다. 얼마 전 몽골어를 기본 교육과정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에 북쪽의 내몽골 사람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 전에는 민주와 자유를 요구하는 남쪽의 홍콩인들이 공산당 중앙과 격렬하게 맞섰다. 현대판 ‘호’와 ‘월’의 분규다. 지역의 다양성 존중보다는 중앙의 통제가 부쩍 강해지는 요즘 중국의 분위기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