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PT(personal training)를 시작했다. 피티 선생님께 “PT가 처음이에요”라고 무심히 말했지만, 사실 나는 이제껏 셀 수 없이 PT를 시도해왔다. 물론 한 번만 나가고 환불받기 일쑤였지만, 2번 이상 PT를 이어나간 건 처음이니 아주 새빨간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이번 운동은 과거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예전보다 건강의 소중함을 더 실감해서일까? 아니면 하루 중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일까? 뭐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처음으로 운동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심리 상담 선생님도 각자 자기에게 맞는 유형이 있듯이, 피티 선생님과 수업을 6번 진행하면서, 어쩌면 이제껏 나와 맞는 운동 선생님을 못 만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이 쉽사리 바뀌지는 않는 법. 여전히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갈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PT이지만, 그래도 운동이 재미있는 이유는 수업 때마다 내 몸의 다양한 근육을 하나씩 건드리기 때문이다. 오늘은 팔과 어깨 사이 근육을 건드린 것 같았다. 오죽하면 선생님께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써본 근육을 건드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처음 써본 근육인지라 하루가 다르게 각 부위가 배겼다 풀렸다 하지만 그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한번 배겼던 근육은 그다음 아무리 운동을 힘들게 해도 단단해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아프거나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PT를 받으러 갈 때마다 글쓰기 모임을 떠올린다. 친구들과 매주 목요일에 글을 쓴다. 목요일마다 글을 쓰기 때문에 ‘목요일의 글쓰기’라 부르는데, 일명 ‘목글’을 시작한 지도 3년이 흘렀다. 3년 전 석촌동 카페에서 친구들과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 모임이 일상을 넘어서서 의무와 책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특별한 주제를 정해 놓고 시작하는 글쓰기도 아니고,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지만 약속인 만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PT 선생님과 정한 시간에 운동을 가야 하는 것처럼, 매주 목요일만 되면 가슴 한구석에 뭔지 모를 부담감이 쌓였다. 일이 바쁘거나 다른 약속이 있다는 이유로 빼먹으면 괜히 숙제를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면 속 시원한 글쓰기였다. 3년 동안 그만두지 않고 글을 써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마음의 근육’을 하나씩 만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희 마케터·'기록의 쓸모' 저자.

글을 쓰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채로운 감정의 근육을 건드리는 시간이다. 운동 앞에서 몸의 한계에 솔직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글을 쓸 때도 감정에 솔직해졌다. 자연히 안 써봤던,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마음의 근육들이 배겼다 풀렸다 했다. 그러는 동안 마음의 근력이 점점 높아져갔다. 몸의 근육만큼이나 마음의 근육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음의 근육은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을 멀리하는 데, 즉 정신적인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배우 유아인도 우울증 때문에 힘들어하는 동료 배우들에게 병원을 찾기 전에 글을 써보라는 조언했다고 하지 않는가. 또 다른 수확이라면 마음의 근육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근육을 건드리는 일을 자청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늘 쓰는 근육만 쓰면 아플 일이 없는 것처럼, 익숙한 일만 하면 피곤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은 몸과 마음의 근육을 자꾸 써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재미(혹은 모험)가 아닐까? 물론 아직은 안 써본 근육이 많은 나이기에 매일같이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이 통증의 끝엔 분명 튼튼한 근육들이 자리 잡을 거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힘듦’을 자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