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오른쪽)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 ‘대화파’로 꼽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초강경파’인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이 비대위 주도권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임 당선인은 내부 회의에서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외부에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얘기하고 있다”며 “비대위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하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임 당선인은 의협 비대위에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자신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혼선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임 당선인은 본지 통화에서 “한마디로 (비대위가) 막 나가고 있는 것이다. (회장 당선인 신분으로) 반란군에 대해 진압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택우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전 회원을 대상으로 재신임 투표를 부칠 것”이라고도 했다.

의협 내부의 갈등과 별개로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의사 커뮤니티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에 대해 “우려와 불신을 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올라왔다. ‘서울아산병원 사직 전공의’라는 성명서 작성자는 박 비대위원장의 전공의 대표 행세 중단, 불신임 투표 실시 등 6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면담 직후 “박단 위원장 탄핵에 동의해 달라”는 성명서가 전공의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의료계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요청한 ‘의료계 통일안’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말이 나온다. 의정 대화는커녕, 의료 파행이 초장기화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한 대학 병원의 교수는 “총선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는데, 의료계 내부마저 갈라지는 걸 보니 의료 위기가 더욱 본격화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