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엔 발암물질 및 독성 화학물질 4000여 종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은 담배 유해 성분을 분석한 뒤 이를 국민에게 공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담배사업법엔 여러 유해 성분 중 니코틴과 타르의 함량만 담뱃갑에 표시하게 돼 있다. 이 외 어떤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고 함량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담배 유해 성분 공개’를 공약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3월 23일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 법안은 담배 제조사가 2년마다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한 유해 성분 검사를 전문 기관에 의뢰한 뒤 그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토록 했다. 이후 식약처는 담배별 유해 성분 이름과 함량을 공개하고, 담배 회사가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일주일 뒤인 3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슷한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역시 담배 유해 성분 공개가 골자다. 정치권에선 두 상임위가 동시에 ‘유해 성분 공개’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기재부와 식약처의 권한 다툼이란 해석이 나온다. 두 법안의 차이가 사실상 ‘규제 주체’밖에 없기 때문이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이 통과되면 담배 제조사들을 관리·처벌하는 부처는 식약처가 된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법률 소관 부처인 기재부가 이 역할을 한다. 현재 두 상임위가 ‘규제 주체’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두 법안의 처리 모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21대 국회가 남은 1년여간 임기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여당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담배 유해 성분 공개가 추진됐지만 기재부와 복지부 등이 규제 주체를 놓고 갈등하면서 법안이 폐지됐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