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뉴스1

국민연금 기금 투자 수익률을 기본 가정치(연 4.5%)에서 1%포인트 끌어올리면 2055년으로 전망된 기금 소진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0년으로 연장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2%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는 분석이다.

◇수익률 1%P↑, 보험료율 2%P 인상 효과

향후 70년 전망을 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기금투자 수익률을 연 4.5%로 가정한다. 이 수익률을 연 5.5%까지 올리면 기금소진 시점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7%다. 재정추계전문위는 투자 수익률이 0.5%포인트 올라가면 기금 소진 시점은 2년, 0.5% 내려가면 1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22%라는 역대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평가 손실액만 80조원에 육박하고, 적립액은 1년만에 948조원에서 890조원으로 내려앉았다. 국민연금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4.7%)은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 네덜란드(5.1%) 등 해외 주요 연기금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출산율 제고에 의한 인구구조 개선과 경제상황 개선이 장기적인 재정안정화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기금의 역할 강화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잠정)’를 통해 현 제도 유지시 적립기금은 2055년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2003년부터 5년마다 발표하는데, 4차 재정계산과 비교하면 기금소진시점은 2년 앞당겨졌다.

이번 발표에서는 재정추계 잠정결과를 확정하고, 다양한 미래 상황을 고려하면 시나리오별 기금 추이 분석 결과도 추가했다. 시산 결과에 적용한 기본 가정인 통계청 중위 인구 시나리오(합계출산율 올해 0.73명, 2050년 이후 1.21명)와 경제변수 ‘중립’ 상황 외에 고위·저위 인구 시나리오, 경제변수 낙관·비관 시나리오 등 총 8가지 경우를 상정해 기금 소진 시점 등을 계산한 것이다.

◇초저출산 지속되면 2070년 부과방식비용률 42%

우선 인구 및 경제변수 변화의 조합이 기금 소진시점에는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 합계출산율이 올해 0.88명에서 점차 상승해 2050년 이후엔 1.40명에 달할 것이라는 고위 전망에서의 기금 소진 시점은 2056년으로 1년 늘어났고, 코로나 영향의 장기화로 2050년 이후에도 출산율이 0.98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 하에서는 그대로 2055년이었다.

당장 올해 출산율이 극적으로 반등한다 해도 올해 출생자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까지는 최소 2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30여 년 앞으로 예상된 기금 소진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보다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적용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6년, 비관 전망 하에선 그대로 2055년이었다.

다만 제도 개혁 없이 지금과 같은 초저출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나 경제 변동은 장기적인 부과방식비용률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지출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과방식비용률은 그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을 충당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을 뜻한다.

기본 가정 하에선 부과방식비용률이 올해 6%에서 2080년 34.9%까지 증가했다가 2093년엔 29.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만약 초저출산 상황이 계속되면 2093년의 부과방식비용률은 42.1%에 달하게 된다. 기본 가정 하에서는 2093년 8.8%로 전망된 GDP 대비 급여지출도 시나리오별로 최소 7.7%에서 최대 11.2%까지 바뀌었다.

보건복지부는 5차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연금개혁의 기초가 되는 장기재정추계의 과학적 분석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연금수리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가정변수 검토 및 추계모형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