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TV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하원 투표를 생략하고 연금 개혁 법안을 강행한 이후 프랑스 곳곳에서 일고 있는 거센 반발과 관련해 처음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 연금 개혁의 절박함을 호소하며 “연금 수급자가 1000만명(20년 전으로 추정)이었지만 지금은 1700만명(2022년)이 됐고, 2030년에는 2000만명이 된다”고 했다. 지금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8년 뒤 연금 수급자가 17.6% 늘어나 기존 적립금으론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2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같은 기간 한국의 국민연금 수령자는 534만8136명에서 761만명으로 42.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연금 수급자 증가 속도가 프랑스보다 2.4배 가파른 상황인데도 한국 연금 개혁은 공전하고 있다.

◇20년간 프랑스 연금 수급자는 70%, 한국은 613% 증가

현재 추진 중인 프랑스 개혁은 연금 수령 시작 연령을 현재 62세에서 2030년 64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연금 제도의 개혁이 없다면 향후 10년간 매년 100억유로(약 13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구 대비 연금 수급자 비율이 프랑스는 26%로 한국의 10%대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과 프랑스의 수급자 수 증가 추세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프랑스 연금 수급자가 20년간 1000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70% 증가하는 동안 우리 국민연금 수령자는 74만9483명(2002년)에서 534만8136명(2022년 11월)으로 613.6%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연금을 떠받칠 인구구조의 미래가 프랑스보다 훨씬 어둡다.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수는 계속 감소해 2041년에는 5000만명 아래로 떨어진다. 반면 프랑스는 2041년(6616만명)까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연금 수령자 증가 추세와 보험료율을 감안하면 한국의 연금 개혁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며 “마크롱 정부가 야당 반대에도 꿋꿋하게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용기 있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랑스 연금 보험료율 27.8%인데 한국은 25년째 9%

한국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1998년 보험료율이 9%로 정해진 뒤 25년째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율을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국민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율은 OECD 국가 평균(18.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프랑스 연금 보험료율(27.8%)의 3분의 1 수준이다.

OECD는 지난해 ‘한국 연금 제도 검토 보고서’를 발간하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한 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며 “60세 이후에도 보험료 납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의무 가입 연령을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은 20년 넘게 연금 개혁을 못 하고 있지만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단계적으로 연금 제도를 손보고 있다. 1975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는 보험료율을 인상했다. 1990년대 중반 보험료율이 20%대를 넘어서자 유럽 국가들은 보험료율에는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는 공적연금을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확대했고, 이후에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으로 연금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