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문의 최종 합격자가 10년래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보다 100명 넘게 줄었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5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전문의는 의사 국가고시 합격 후 인턴 1년을 마친 다음, 병원에서 전공 과목별 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얻는 자격. 의대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따면 일반의다.

13일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달 1·2차에 걸쳐 치러진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최종 합격자는 2807명이었다. 작년에는 2914명, 10년 전인 2014년은 3341명이었다.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는 2861명. 2010년대 내내 3500명에 육박했던 응시자 수는 2021년 3000명 밑으로 떨어져 3년째 하락세다.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이 같은 현상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의대 졸업생들이 고된 전공의 과정을 기피하는 데다 전공의가 되기 위해 힘을 빼기보다 빨리 피부과·성형외과 등 개인병원을 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50대 내과 전문의 A씨는 “40~50대 의사들만 해도 전공의 과정은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 여겼고,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의사 사회에서 낙오자 취급을 받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힘들게 전문의 자격증을 따는 것보다 그냥 일반의로 살아가는 게 ‘가성비’가 더 낫겠다고 판단하는 2030 의사가 많아졌다”고 했다. 피부 미용이나 성형, 건강검진 등 분야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데 별 문제가 없는데, 굳이 전문의가 되기 위해 4~5년 더 고생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일반의가 운영하는 의원은 2018년 2940곳에서 2022년 3162곳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일반의 출신으로 피부과에서 페이닥터(월급제 의사)로 일하는 30대 B씨는 “대학병원 교수가 돼봤자 일은 힘든데 월급이 많지 않아 큰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 과정 질이 젊은 의사들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점도 지원자가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상당수 병원에서 전공의 업무가 입원 환자를 돌보거나 교수들 제반 업무를 보조하는 데 그쳐 업무 강도에 비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몇몇 인기 과를 빼면 전공의 기간은 일종의 ‘비용’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