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신종 감염병 중장기 대책의 핵심으로 가칭 ‘국외감염병정보센터’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 국제기구들과 공조해 감염병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해외에 직접 보건 요원을 파견하는 등 ‘감염병 분야 국정원’을 만든다는 것이다. 다음 달까지 구체안을 마련해 기재부를 통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한 뒤 5월 초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남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질병청에 제출한 ‘세계 감염병 위기 감시체계 구축 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외감염병정보센터는 세계 각지의 감염병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도를 분석해 대응 방안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지금도 감염병 정보를 수집하고는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주요 기관에서 공개하는 자료를 분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질병청은 국외감염병정보센터를 통해 국내외 감염병 발생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나 SNS,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같은 1차 정보를 신속히 감지, 신종 감염병에 더 빠르게 대응하는 게 목표다.

국외감염병정보센터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감염병 발생 지역에 보건 요원을 파견해 감염 확산세를 파악하고 검체 등 1차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도 할 방침이다. 우리 국민이 많이 거주하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역학조사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윤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제 공조도 우리가 줄 수 있는 정보가 있을 때 두터워질 수 있기 때문에 국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자체 감염병 감시 체계가 필요한 이유는 코로나 사태로부터 얻은 교훈 때문이다.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지만 중국이 구체적인 발병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일었다. 무증상자도 코로나를 퍼트릴 수 있다는 정보가 부족해 유증상자 위주의 방어 전략을 폈고,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감염병 정보가 국가 안보와 연관돼 있는 만큼 각국에서 공개하지 않는 정보가 훨씬 많아 자체 정보 수집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