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감염됐다 재감염되는 데 걸리는 소요 기간이 반년 만에 5개월에서 9개월이 돼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백신을 여러번 맞고, 감염 후 획득한 면역력까지 겹치면서 국민 상당수가 ‘하이브리드 면역’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백신을 매년 한두번 정기 접종받으면서 코로나를 감기처럼 관리하는 ‘엔데믹(Endemic)’화가 더 가까워졌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에 낸 자료를 보면, 코로나 재감염 평균 소요 기간은 지난해 12월 한 달만 따지면 약 9개월(259~292일)이었다. 지난해 7월엔 5개월(154~165일)이던 기간이 4개월 길어졌다. 재감염 소요 기간은 코로나에 처음 감염된 환자가 두 번째 재감염될 때까지 걸린 기간을 계산한 것으로 주로 면역 지속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매년 ‘백신 정기 접종’으로 코로나 대응

재감염 소요 기간은 지난해 6월까지 누적 평균 7개월(229일) 정도였다. 그런데 7월 한 달 동안은 5개월로 짧아졌다. 당시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높은 BA.5 변이 점유율이 증가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비교적 낮았던 17세 이하와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재감염이 많아진 결과다. 이후 백신 추가 접종과 감염 후 완치가 반복되면서 기초면역이 쌓여 재감염 소요 기간은 점차 증가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유행으로 코로나에 감염되고 백신 접종도 받아 생긴 일명 ‘하이브리드 면역’을 획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면역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이런 면역은 지속 기간이 6~12개월 이상까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면역’은 백신만 맞아 생긴 면역보다 10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이나 감염으로 인한 면역 유지 기간이 길어지면 백신 연례화를 통해 코로나 유행 대응이 가능하다. 1년에 한두 번 접종만 받아도 면역이 유지돼 코로나 감염과 중증화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탁 교수는 “재감염 소요 기간이 9개월이란 것은 사람 면역이 그만큼 버텨준다는 것으로, 지금처럼 자주 백신 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연례화하면 연령별·직군별 등으로 나뉘어 복잡하게 다뤘던 접종 정책을 단순하게 바꿔 접종률을 높일 수도 있다.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코로나 백신 접종 연례화에 대부분 동의하면서 추후 매년 누구에게 몇 번 접종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기초면역이 쌓였기 때문에 이제 (오미크론과 완전히 다른) 파이(π) 같은 새로운 변이가 오지 않는 이상 어떤 오미크론 변이가 와도 유행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이런 추세면 독감 백신과 코로나 백신을 같은 시기에 접종하는 연례 접종을 추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도 주춤… 완전한 일상회복 앞당겨지나

코로나 확진자 수도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 연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4018명으로 일요일 기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도 4주 연속 1 밑을 맴돌고 있다. 방역 당국은 실내 마스크 의무 완화 영향으로 이번 주부터 확진자 규모가 10~2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감소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만큼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확진자 중 재감염 추정 비율은 매주 1%씩 증가, 지난해 12월 4주(25~31일) 19%에서 1월 3주(15~21일) 23%로 올라섰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감염으로 얻은 면역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반영됐다”면서 “(고위험군은) 동절기 추가 접종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