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대학병원 소속 재난의료지원팀(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중앙정부·지자체 소속도 아닌 민간 병원 의료진이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출동했는데, 의료 전문성 없는 수사기관에서 잘잘못을 가리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의료계 내부에선 “이런 대우를 받고 어떤 의료진이 재난 현장으로 뛰어가겠느냐”는 말도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달 30일 손제한 특수본 본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대한의사협회는 1일 “DMAT에 대한 조사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용산소방서장이나 용산보건소장의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이라며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DMAT는 재난·사고 발생 시 현장에 출동해 응급 처치와 환자 분류 등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직된 의료 지원팀을 말한다. 보통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행정요원 등 3~4명으로 구성되며, 민관 협력 차원에서 전국 41개 재난거점병원이 권역별 DMAT를 운영 중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는 총 15팀이 출동했는데, 서울대병원은 특수본 조사를 거부한 반면 한양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 DMAT는 4시간이 넘는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특수본은 DMAT가 환자 분류와 병원 이송 과정 등에서 재난 응급 의료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는지, 소방 당국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매뉴얼 자체가 100% 정답이 아니고 일반적 조치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일 뿐인데, 수사기관이 그것을 갖고 책임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조사받은 의료진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고, 이렇게 조사까지 받으면 앞으로 누가 DMAT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손제한 본부장을 고발하면서 “특수본 수사는 선의로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앞장선 의료진에 대한 자발적 수사 협조 요청이 아니었고, 의료진이 심리적 압박을 느낄 정도로 강압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하진 못 할망정 몇 시간 동안 참고인 조사를 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의 합리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