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을 착용한 간호사가 작년 5월 특수(음압) 중환자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최근 코로나 환자 감소로 코로나 병동이 축소·폐쇄되는 가운데 기존 근무 부서로 돌아가지 못한 간호사 5명 중 3명은 무급 휴직이나 권고 사직 압박을 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봤던 간호사들이 코로나 병동이 폐쇄된 뒤 원소속 부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휴직·사직 압박까지 받는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달 전국 245개 병원의 코로나 병동 간호사 58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병동 간호사 부당근무 실태조사’를 해 17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병동 폐쇄 뒤 기존 근무 부서가 아닌 타부서로 배치되거나 매일 다른 병동을 돌며 이른바 ‘헬퍼’ 역할을 하고 있는 간호사가 229명(38.9%)에 달했다. 이 중 190명(83.0%)은 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타 부서 근무가 결정됐다고 답했다. 예컨대 정형외과 간호사가 코로나 병동으로 차출돼 일하다가 코로나 병동 폐쇄 이후엔 이미 정원이 확보된 정형외과 대신 인력이 부족한 암병동으로 배치되는 식이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새로 배치된 부서에 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따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업무에 투입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기존 근무 부서로 돌아가지 못한 229명 가운데 138명(60.3%)은 무급 휴직이나 권고 사직 압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22명(9.6%)은 무급 휴직·권고 사직 압박을 받진 않았지만, 연차 강제 사용 등 다른 압박을 경험하거나 여러 차례 부서를 이동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타 부서 배치 시 느꼈던 감정과 관련,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181명·중복 응답), “간호사 희생을 당연시하는 데 분노를 느꼈다”(170명), “쓰다가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에 절망했다”(168명)고 답했다. 229명 중 69명(30.1%)은 “추후 다시 코로나 병동에 배치된다면 사직하겠다”고 응답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코로나 유행 감소 이후 간호사들이 바로 버려지는 현실에 배신과 분노, 절망을 느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