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유아 등을 중심으로 독감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코로나 사태로 2년간 잠잠했던 독감 유행이 올해는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감 유행이 확산세를 보이면서 겨울철 코로나 재유행이 닥칠 경우 ‘트윈데믹(동시 유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0주 차(9월 25일~10월 1일) 의료 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 중 독감 의심 의사(擬似) 환자가 1000명당 7.1명을 기록했다. 직전 주엔 4.9명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45%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1~6세 12.1명, 19~49세 9.1명, 13~18세 6명, 7~12세 5.2명, 50~64세 3.9명, 0세 3.5명, 65세 이상 3명 순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의료 기관 중 200곳을 표본 조사해 독감 의심 환자(38도 이상 발열과 기침·인후통) 비율을 감시한다. 현재 의심 환자 수준(1000명당 7.1명)은 질병관리청이 정한 올해 독감 유행 기준(1000명당 4.9명)을 넘어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 착용과 개인 위생, 거리 두기 등 영향으로 재작년(2020~2021년)과 작년(2021~2022년) 겨울철에는 독감 환자가 매우 적어 유행 주의보가 발령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가을철부터 환자가 늘며 통상 유행 주의보가 내려지는 시기보다 2~4개월 빠른 지난달 16일 이미 유행 주의보가 내려졌다.

유행 기준을 처음 넘은 지난 37주(9월 4∼10일·5.1명) 이후로 38주와 39주에는 각각 4.7명, 4.9명을 기록해 정체되다가 40주 들어 7.1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2020년 겨울과 2018~2019년 겨울에는 11월 초 7명을 넘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한 달가량 빨리 7명 선에 도달했다. 통상 독감 유행 정점은 12~1월에 오고, 정점 때 1000명당 환자 수가 70~80명에 달한다. 2018~2019년 겨울철엔 1000명당 73.3명, 2017~2018년 겨울철엔 72.1명이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독감에 걸린 적이 없어 자연 면역을 갖지 못한 영유아에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어 우려된다. 1~6세 독감 의심 환자(1000명당 12.1명)는 직전 주(7.9명) 대비 53%나 늘었다. 영유아는 독감에 걸릴 경우 합병증 등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또, 사회 활동이 활발한 19~49세 연령대에서도 같은 기간 5.9명에서 9.1명으로 54%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생후 6개월 이상 만 13세 이하 어린이(2009년 1월 1일~2022년 8월 31일 출생), 임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195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예방접종률은 생애 최초 접종 어린이는 28.6%다. 고령층 대상 접종은 오는 12일부터 연령대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방역 당국은 “대상자는 무료 예방접종 기간 중 가급적 이른 시기에 받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