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최근 전공의 부족 사태와 관련,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후배들이 그저 하고 싶은 일을 소신껏 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그들을 안심시켜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8%까지 떨어졌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의대 동기는 물론 가족까지 ‘소아청소년과 가면 바보’라고 뜯어말리는 상황”이라며 “당장 전공의 충원율을 50~60%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문 닫는 소아응급실이 속출하고 현장의 혼란과 아이들의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는 정부가 책임지고 인력·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의 기본 방향, 청사진이라도 하루빨리 발표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 컨트롤타워에서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별도 국가 예산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필수의료를 전공으로 택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줘야 전공의 지원자들이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출생아 수는 줄었지만 고위험 환자는 많고 보호자들 기대치는 높아졌다”며 “소아응급실·소아중환자실을 전담하는 전문의 고용 지원 확대 등 대책을 동원해 핵심 진료 체계가 인력 부족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올해 61%까지 떨어진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의료사고 분쟁 등 법적 리스크’부터 줄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지금은 분만 중 ‘무과실 의료사고’도 보상액(최대 3000만원)의 일정액(30%)을 병원이 부담하는데, 보상액을 올리되 일본·대만처럼 정부가 전액 부담해줘야 한다”고 했다. 보상액이 적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예측할 수 없는 응급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산과 특성상 의사들이 분만을 피하려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분만은 사실상 24시간 대기 상황인 만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고, 지방의 분만 병원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행법상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3개 과만 개설해도 되는 100~300병상 종합병원에 대해 4개 과 개설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