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년 남성 중에서도 ‘남성 갱년기’ 증상을 겪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26.9%, 50대의 31%가 ‘남성 갱년기 증상’을 호소한다는 대한남성과학회·대한남성갱년기학회 조사 결과(2020년)도 있다. 그러나 본인의 갱년기 증상을 만성 피로나 우울감,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폐경(閉經)’으로 생식 능력이 한순간에 중단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해마다 조금씩 성 호르몬이 감소하기 때문에 본인이 갱년기임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홍준혁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개인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성욕 감퇴, 발기 부전, 성관계 횟수 감소 등 성 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난다”며 “무기력감, 만성 피로, 집중력 저하, 불면증, 안면 홍조, 복부 비만, 근력 감소 등 다양한 증상도 나타나지만 남성 환자들이 표현을 잘 하지 않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남성 갱년기인지 의심된다면 비뇨기과를 찾아 혈액검사를 통해 자신의 남성호르몬 수치 등을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해당 증상의 원인이 되는 다른 질병이 없다면 남성 갱년기로 진단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 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정규 분포에서 하위 20%에 속하면 갱년기로 본다.

남성 갱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성 생활을 하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일 체중 1㎏당 1g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과 콩·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을 4대6 정도로 먹는 것이 좋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도 남성 갱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이미 남성 갱년기를 겪고 있다면 전문의 상담 후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한덕현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방치하면 노화를 더욱 촉진시키고 신체의 저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중년 남성 건강에 큰 적”이라며 “남성 갱년기가 발생하면 호르몬이 정상인 남성보다 사망률이 88%나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에 심각한 질병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