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고위험군인 고령자들이 몰려 있는 요양병원·시설에서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등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것이 방역 당국의 자체 조사로도 확인됐다. 조사 대상 10곳 중 3곳만 “코로나 치료제를 써 봤다”고 답했는데, 코로나 중증화 예방을 위해 도입한 치료제들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질병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8~27일 전국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노인요양시설·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주야간보호기관·단기보호기관 등 포함) 555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치료제 사용 여부와 처방 비율 등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는 시설은 29.8%(1656곳)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환자관리팀은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60세 이상 고위험군이 주로 머물고 있어 치료제가 절실하고 실제 사용해도 되는 대상자가 다수 포함됐음에도 낮은 비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유행 당시 팍스로비드가 공급이 부족해 제때 투여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고령층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전문가와 현장 의료진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방역 당국이 정권이 바뀐 이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처방 비율이 낮은 병원⋅시설은 ‘처방할 때 금기 사항이나 (치료제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물 등 처방 조건이 까다롭고 확인이 어려워서’(24.4%)와 더불어 ‘치료제 공급이 부족해서’(24.2%)를 애로점으로 꼽았다. ‘치료제 공급이 부족해서’ 처방을 제대로 못 했다는 곳은 요양병원(30.4%)이 비교적 많았다. 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는 병원⋅시설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치료제 처방 비율이 ‘25% 미만’이라고 답한 곳이 45.9%로 가장 많았다. 다만 ‘75% 이상’(27.0%)이 다음이었는데, 시설들 간 처방 비율이 양극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질병청 환자관리팀은 “요양병원·시설 내 코로나 치료제 사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처방은 발생 환자 대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석된 기초 자료에 기반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 해당 시설에 코로나 치료제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제때 투여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관리팀은 “의료진 간 치료제 처방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이나 제약사 협조를 받아 치료 효과 및 이상 반응 등에 대한 최신 임상시험 결과를 공유해 의료기관의 치료제 처방 두려움을 완화할 것”이라며 “이는 궁극적으로 요양병원·시설 코로나 환자의 중증화 진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