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monkeypox)’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 같은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23일(현지 시각) 덴마크·오스트리아에서 감염자가 새로 나오면서 발생 국가는 16국으로 늘었다. 유럽 내 첫 발생국인 영국을 비롯해 스페인·포르투갈 등 초기 발생국의 환자 수가 계속 늘어나며 총 171명이 확진됐다. PCR(유전자증폭) 검사·역학 조사 중인 인원도 86명이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이날 발병국 중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자에 대해 3주 자가 격리 지침을 내렸다. 잠복기가 최대 21일(3주)에 달하는 것을 고려한 조치다. 방역 당국은 국내 유입 방지를 위한 방역 강화에 나섰다. 24일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증가와 비교적 긴 잠복기를 고려해 원숭이두창 발생 국가를 방문하고 온 여행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질병관리청

Q. 원숭이두창은 어떤 질병인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로 인해 발생하는 ‘인수(人獸)공통감염병’이다.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천연두(두창)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이런 이름이 붙었다. 사람이 처음 감염된 사례는 1970년 콩고에서다. 그동안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인데,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건 이례적이다. 이 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계기로 최근 유럽에서 열린 ‘대규모 파티’가 지목된다. WHO 고문인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 차례의 레이브(rave) 파티가 유력한 원인’이라며 ‘바이러스가 다양한 신체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퍼져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Q. 원숭이두창 증상은.

“고열·몸살·두통·부기·발진 등이다. 발진은 얼굴부터 시작해서 손바닥·발바닥 등 전신으로 번진다. 수두와 비슷하게 물집과 고름이 생기며 가려움이 느껴질 수 있다. 대부분 감염 후 2~4주 정도 지나면 회복된다. 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명률은 바이러스 변종에 따라 3.6%에서 10.6% 정도다.”

Q. 어떻게 감염되나.

“주로 청설모 등 작은 설치류가 숙주가 되며 야생동물에게 물리거나 이들과 접촉하면서 감염된다. 사람 간 감염은 환자 체액, 침방울(비말), 고름, 오염된 침구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다. 코로나와 달리 에어로졸(공기 중 입자)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

Q. 반려동물에게 전파시키는 것도 가능한가

“확률은 낮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원숭이두창이 사람에게서 반려동물에게 전이되는 ‘스필오버’가 일어날 경우, 바이러스가 동물 집단에서 확산해 유럽에서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병원균이 야생 생태계로 옮겨가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Q.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한다면 설치류나 영장류 등 동물과 접촉하면 안 된다. 또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과 이들이 사용한 물건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원숭이두창 발생 지역에서 귀국한 후 21일 안에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로 전화하면 된다.”

Q. 치료제나 백신은 없나.

“원숭이두창만을 위한 치료제는 없지만 두창 치료에 쓰인 항바이러스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도 있다. 덴마크 바비리안 노르딕이 천연두·원숭이두창 백신인 ‘임바넥스’를 개발해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 백신을 사용할 경우 원숭이두창에 대한 85%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국내 유입되면 백신 접종을 받게 되나.

“국내엔 공중보건 재난 등에 대비한 사람두창 백신 3502만명분이 있는데, 질병관리청은 일반인 접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창 백신은 근육 주사 방식인 코로나 백신과는 달리 10~20번 피부를 긁거나 찌르는 ‘분지침’ 방식이라 접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행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 전 국민보다는 고위험군 위주로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필오버(spill over)

대부분 특정 종(種)에서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다른 종에 전파되는 ‘종간(種間) 감염’을 말한다. 박쥐 같은 야생 동물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 낙타에게서 전파된 메르스 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