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봐요. 임신부의 삶의 질에는 왜 아무도 관심을 안 두는 거예요?”

다태아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임신부들에게 ‘안정’과 ‘태교’가 독이 될 수 있다며 한 말이다.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34년 만에 탄생한 다섯쌍둥이 수술을 집도했다. 현재까지 쌍둥이 산모는 4000명, 세쌍둥이 450명, 네쌍둥이는 8명 정도의 분만을 담당했다. ‘삼둥이’로 유명한 배우 송일국의 세 아들 대한·민국·만세도 전 교수의 손에서 세상의 빛을 봤다.

그런 전 교수가 19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과의 인터뷰에서 임신부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로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임신부들이 ‘이렇게 힘드냐’고 그러면 ‘몰라야지 임신하지, 알고는 못 하는 게 임신’이라고 이야기한다”며 “배가 수시로 뭉치고 딱딱해지고 빠질 것 같고, 또 몸은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한 여성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산모를 보지 않고 아기를 본다”며 “아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 중 많은 경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안정’을 꼽은 전 교수는 “제가 볼 땐 제일 안 좋은 게 안정이다. 단태아거나 쌍태아거나 삼태아거나, 안정 빼고 다 해도 된다고 한다”고 했다. 흔히 임신 12주까지를 ‘안정기’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도 “임신 12주까지 유산할 확률이 80%, 12~40주에 잘못될 확률이 20%로 12주까지 유산되는 아이들이 많은 것 맞다”면서도 “유산될 애가 유산되는 거다”라고 했다. 이어 “엄마가 누워있더라도 유산될 애는 되고, 매일같이 돌아다녀도 안될 애는 안 된다. 유산이 많이 되는 건 맞지만 안정해야 하는 시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 교수는 ‘안정’을 하면 첫째, 몸이 나빠진다고 했다. 2주만 움직이지 않아도 몸에서 근육이 빠진다는 것이다. 또 혈전증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셋째로는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왜 임신부의 삶의 질에 관심을 안 갖는 거냐”며 “임신했으니까 누워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조산이나 유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를 위해서 안정을 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전 교수는 ‘태교’ 또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태교를 했을 때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막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전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일해야 하거나 태교를 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죄책감까지 가진다”며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아기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임신부가 태교를 못 해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주부로서든, 직장을 다니든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거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재석은 “그래서 환자들이 ‘갓종관’이라고 하는 것 같다”며 감탄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