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생한 국내 코로나 확진자 1896명 중 해외 유입(73명)을 뺀 지역 발생 확진자는 1823명으로, 직전 최다 기록(21일 1725명)을 100명 가까이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에 거리 두기 4단계를 적용하고, 27일부터는 비수도권에도 3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확산세는 더 커지고 있다. 각 지역에 적용된 거리 두기 단계는 일단 다음 달 8일까지다. 정부에선 벌써부터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피로감이 커지면서 정부 대책이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서울 인왕시장 내 한 가게에 '4단계로 휴가'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다음 주에도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방역 조치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에는 최고 수위인 4단계 거리 두기가 시행 중이다. 2021.7.28/연합뉴스

◇커지는 확산세… 안전지대 없어

코로나 일일 확진자는 지난 6일(1212명)부터 3주 넘게 10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주일(21~27일)간은 하루 평균 159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27일에는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1212명 나왔다. 수도권 확진자가 12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비수도권에서도 부산 99명, 경남 93명, 대전·강원 각 74명, 대구 54명 등 확진자가 611명 나왔다. 비수도권 역시 이번 유행 이후 처음으로 600명을 넘어섰다. 전국에 ‘코로나 안전지대’가 없는 셈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감염 양상은 차이가 있다. 당국이 지난주(18~24일) 확진자(수도권 6764명·비수도권 3492명)의 감염 경로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선 ‘일상생활에서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감염(3677명)이 전체의 54.4%에 달했다. 전주(11~17일)보다 5.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일상 감염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은 감염원이 이미 곳곳에 퍼져 있어 정부의 방역 대응이 이전보다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집단감염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비수도권에선 전체 확진자 3명 중 1명(1162명)이 집단감염 사례에 해당됐다. 선행 확진자 접촉(40.7%) 비율은 수도권보다 낮았지만 집단감염 비율은 수도권(11.4%)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휴가철 피서객이 몰리면서 휴가지 다중 이용 시설을 통한 감염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약발’ 안 먹히는 K방역

방역 피로감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 달라’는 거리 두기 호소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9~25일 휴대전화 사용량 자료를 기초로 파악한 전국 주간 이동량은 2억2604만건으로 전주보다 0.8% 증가했다. 수도권(1%)과 비수도권(0.7%) 모두 이동량이 늘었다. 정부 조치가 실생활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28일 “다음 주까지 거리 두기 효과가 없으면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청 공무원 12명 감염… 서소문청사 1동 폐쇄 -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1동에서 시 직원 12명이 무더기로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28일 오후 서소문청사 1동 건물이 전면 폐쇄됐다. /박상훈 기자

전문가 사이에서도 현재의 방역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조치가 고강도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3차 유행 당시 적용된 옛 거리 두기 체계의 2~2.5단계보다 방역 조치가 완화돼 있기 때문이다. 당시 2.5단계는 학원과 헬스장, 노래방 등의 운영이 금지됐고, 카페는 배달만 허용되는 등 현 4단계보다 제한이 많았다. 비수도권에 적용된 2단계 역시 일부 유흥 시설 영업이 중단되고, 노래방과 헬스장은 오후 9시까지만 운영이 허용되는 등 현 3단계보다 강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미 수도권에선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되고 있다. 거리 두기 체계를 고치지 않는 한 ‘플러스 알파’ 조치를 내놓는 것 말고는 굵직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 상당수 전문가는 방역 조치 효과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실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거리 두기를 12번이나 연장하면서 국민들이 방역 조치에 무감각해지게 만들었고 델타 변이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종 완화 조치를 내놓는 등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 두기 연장이 국민들 방역 피로감을 높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