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26일부터 55~59세 일반 국민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50~54세 국민은 8월 초부터 접종이 시작되며, 18~49세 국민에 대한 접종은 8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다만 18~59세 국민이 맞게 될 백신의 종류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7월 이후 백신별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맞게 될 백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4월 중순 이후 동네 병원·의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한 76만명은 7월 진행되는 2차 접종 때 AZ대신 화이자 백신을 맞는 ‘교차 접종’ 방안이 추진된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육상진흥센터에 설치된 수성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분기 코로나 예방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정오 기준으로 국내 1차 접종자가 14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9월 말까지 2200만명을 추가해 전 국민의 70%인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이달 19일까지 AZ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60~74세 예약자 10만여 명에 대한 접종이 7월 초 최우선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이들은 AZ 접종 대상자였으나 물량 부족 문제로 접종 시기가 다소 뒤로 밀렸다. 또 당초 AZ 백신을 맞을 예정이었으나 혈전 부작용 논란이 커지며 대상에서 제외된 ’30세 미만 사회필수인력(경찰·해경·소방 등)’ 중 6월 내 접종을 받지 못한 7만명에 대해서도 7월 5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이 진행된다. 50대 이하 일반 국민에 대한 접종은 7월 말부터 본격화하고, 40대 이하는 연령과 상관없이 온라인 예약을 통해 접종을 희망하는 사람부터 선착순으로 8월 중순 이후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4월 19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AZ백신을 1차 접종한 방문돌봄 종사자, 의원급 및 약국 종사자, 만성신장질환자, 사회필수인력 등 76만명은 7월 5일부터 진행되는 2차 접종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달 안으로 국내 도입될 예정이었던 코백스 공급 AZ백신 83만5000회분이 7월 이후로 도입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단, 교차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7월 19일 이후부터 AZ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獨·英·캐나다도 교차접종… 스페인선 “예방효과 7배 높다” 연구도

정부가 3분기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7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차 접종해야 하는 사람 76만명에게 AZ 대신 화이자로 ‘교차 접종’하겠다고 17일 밝혔다. 6~7월 AZ 물량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AZ·화이자 교차 접종은 유럽 등에서 연구가 되고 있고, 효과나 안전성이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는 나오긴 했다. 하지만 검증이 더 필요하고 우리도 최근 교차 접종 임상 실험을 시작한 상태. 최근까지는 “교차 접종은 검증이 더 필요해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날 전격 계획을 공개한 것이다. 이 때문에 AZ 물량 재고 관리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아 고육책으로 시도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AZ 물량 당겨 쓰면서 공백

이날까지 우리 국민 1400만명은 적어도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받았다. 이 중 AZ 접종이 900만명 이상이다.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활용해 1병당 접종 인원을 10명에서 11~12명으로 늘렸고, 잔여 백신 예약을 통해 폐기 물량을 최소화하면서 접종 규모가 많아졌다. AZ 접종자 수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AZ 2차 접종 물량을 상반기에 앞당겨 쓴 탓도 있다. 상반기 도입되는 백신이 부족한데 접종자 수를 최대한 늘리려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결국 6~7월 AZ 물량 공백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1차적으로 60~74세 중 6월 AZ 1차 접종을 예약했던 이들 중 10만명은 7월 초로 일정이 미뤄졌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상반기 접종자 수를 늘리려고 AZ 물량을 끌어쓰다가 하반기 물량 공백이 온 것”이라며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게다가 6월 말 코백스로부터 받기로 했던 AZ 물량 83만5000회분 도입 시기도 7월 이후로 밀렸다. 이 물량은 AZ를 1차 접종하고, 7월 2차 접종을 앞둔 109만명에게 쓰일 물량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7월 18일까지 109만명 중 방문 돌봄 종사자, 의원·약국 종사자, 만성 신장 질환자, 사회 필수 인력 등 76만명에 대해 2차 접종은 화이자로 교차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접종이 지연되는 것보다는 교차 접종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독일·영국·스페인·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선 이미 AZ·화이자 교차 접종을 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18~59세 441명이 AZ·화이자 교차 접종을 했더니, AZ 1회 접종보다 중화항체가 7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에선 AZ만 2차례 접종받은 사람 32명과 AZ·화이자 교차 접종을 받은 55명을 비교해보니 교차 접종자가 면역 반응이 더 증가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다만 아직 연구 자료가 부족하다. 마상혁 대한백신협회 부회장은 “교차 접종의 효과·안전성 데이터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 성급한 결정을 내린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백신 물량 재고 관리 실패”라고 했다.

◇2000만명 접종 8월에 몰린다

정부는 이날 3분기(7~9월) 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9월까지 최소 2200만명을 접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잔여 백신 접종 인기, 30대 이상 예비군 등의 얀센 접종 열풍 등을 보면 2200만명보다 더 많은 국민이 3분기에 백신 접종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3분기 접종 계획 대부분은 8월부터 시작된다. 7월에 들어오는 백신 물량이 아스트라제네카(AZ),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총 1000만회분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3분기에 약 8000만회분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이 중 12.5%의 물량만 7월에 들어온다.

이는 우리나라가 도입하기로 한 백신 5종 회사마다 공급 사정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승인만 나면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노바백스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승인이 나지 않았다. 모더나도 7월 말까지 미국에 1억회분을 공급하기로 해, 8월에야 다량 도입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7월 물량에 맞춰 7월~8월 초 접종 대상자를 1048만명 선정했다. 그런데 이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차지하는 50대(857만명)는 7월 말부터 접종받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다음 달 19일부터 화이자를 접종받지만 이들 외 다른 대입 수험생 16만명과 18~49세 2200만명은 8월부터 접종받는다. 사실상 일반 국민 대다수는 8월부터 접종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