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시작된 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이 5일로 100일째를 맞는 가운데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백신 효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4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이후 코로나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60% 급감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까지 한국에선 총 8만932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사망에 이른 사람은 1595명으로, 치명률은 1.79%였다. 코로나에 취약한 요양병원·요양원에서 백신 접종 첫발을 뗀 후 치명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월 26일부터 지난 4일까지 발생한 확진자 5만3531명 중 사망한 사람은 374명으로, 치명률은 0.7%다. 감염될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기저질환자 확진자가 줄면서 자연스레 사망자도 감소했고, 치명률도 뚝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월별 전체 사망자 수는 올 1월 508명이었지만, 5월에는 132명을 기록했다.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4일 0시 기준 708만6292명으로 전체 인구의 13.8% 수준이다. 가천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우선적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백신을 맞게 하면서 사망자 감소 현상이 먼저 나타났고, 접종률이 더 올라가는 7~8월에는 확진자 수도 급감할 것”이라며 “접종률 상승과 함께 코로나 이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앞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던 나라에서도 치명률이 감소하는 추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3.36%였던 치명률이 접종 개시(작년 12월 8일) 후에는 2.45%까지 떨어졌다. 영국에선 지난 1월 20일 1829명의 사망자가 하루 만에 쏟아지기도 했지만, 지난 1일에는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1.83%→1.75%), 캐나다(2.92%→1.32%), 이스라엘(0.82%→0.72%) 등 접종률이 50%가 넘는 국가 역시 치명률이 감소했다.

한편 질병관리청 코로나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3일 마감된 60~74세의 AZ 백신 최종 예약률은 80.6%로, 총 732만7533명이 예약했다. 오는 19일까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할 사람은 552만명이 남았는데, 이 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AZ 백신 물량은 501만회분으로 51만회분이 부족하다. 추진단은 이달 중 AZ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던 30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 및 돌봄 인력 30만9056명에게 7~8월 화이자 또는 모더나를 접종하고 20만회분은 잔여형 주사기를 활용해 최대한 메우기로 했다. 추진단은 이달 하순 AZ 백신 물량이 부족해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은 7월 초 추가 도입되는 물량으로 최대한 빨리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고3 수험생은 7월 기말고사 이후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추진단은 “기말고사 기간을 피해 2학기 개학 전까지 접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접종 계획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얀센 백신 예약을 했다가 의료기관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예약 취소 통보를 받은 예약자는 8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추진단 측은 “일부 의료기관이 착오나 실수로 얀센 백신 접종 기관으로 신청했다가 예약자가 접수된 이후 얀센 접종 위탁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일부 예약자가 예약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경우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해 다른 의료기관에 얀센 접종 예약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