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한 요양병원은 지난해 말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확진자 38명이 나오면서 곤욕을 치렀다. 2주에 한 번씩 선제 진단 검사를 했지만, 차단하지 못했다. 종사자 1명이 확진된 후 바이러스가 퍼졌고, 100여명이 45일간 병동에 동일 집단(코호트) 격리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시작한 2월 말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환자⋅종사자 320여 명 중 98%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치면서 코로나 고위험 시설에서 코로나 청정 시설로 반전을 이뤄냈다. 백신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부산시도 최근 요양 시설 25곳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전후를 비교해보니 접종 전 확진자 수가 600명에 달했던 것이 접종 후에는 4명에 그쳤다. 1차 접종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전남 순천에서는 함께 사는 일가족 7명 중 6명이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는데 1명은 무사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70대 남성이었다.

지난 3월 23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요양병원에서 의료진들이 65세 이상 환자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연합통신

◇요양병원·시설 확진자 40분의 1 감소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전국 23개 요양시설·병원에서는 환자가 1400여 명 쏟아졌다. 중환자와 사망자도 속출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을 시작한 3월에는 확진자 수가 34명으로 줄었다. 40분의 1 규모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국내 60세 이상 1차 접종자 감염 예방 효과는 89.5%, 사망 예방 효과는 100%다. 적어도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백신 효과는 해외에서도 입증된다. 1차 접종률 57%, 2차 접종률 34%를 기록 중인 영국은 올 초 일일 확진자가 5만~6만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2000명대로 급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백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의학·과학적 연구를 믿고 접종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놓치면 10월까지 기다려야”

27일부터 65~74세 514만명에 대한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대규모 접종 신호탄이다. 접종 기관도 2000여 곳에서 1만3000여 곳으로 늘고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까지 가동하면서 현재 1차 7.7%, 2차 3.8%에 머물고 있는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보건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다음 달 7일부터는 60~64세와 30세 이상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와 돌봄 인력에 대한 1차 접종도 시작한다.

다만 내달 3일까지 이뤄지는 60~74세 접종 예약률이 60.1%로 다소 낮은 편. 당국은 “이번을 놓치면 10월에야 다시 순서가 온다”면서 “6월 3일까지 반드시 예약을 마쳐달라”고 호소했다. 6월까지 코로나에 취약 계층인 60세 이상 1300만명에 대해 1차 접종이 마무리되면 치명률이 떨어지고 인구의 4분의 1이 면역력을 확보하면서 코로나 종식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신 공급량도 차츰 늘고 있다. 이날까지 상반기 예정 1838만회분 중 974만회분이 도입됐고, 내달 말까지 864만회분이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하반기 접종 속도를 높여 9월 말 3600만명 1차 접종 완료, 11월 말까지 3600만명 2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접종자 7월부터 사적 모임 제한 풀려

이날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자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했다. 6월 1일부터 1차 접종자는 8인으로 제한한 직계 가족 모임 인원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백신 접종자가 1명 있으면 9명, 2명 있으면 10명까지 모여도 된다는 뜻이다. 요양병원 면회도 갈 수 있다. 7월 1일부터는 1차 접종자는 대규모 집회·행사를 빼고 공원·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운동경기장·체육시설 등 야외 시설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할 수 있고 종교행사 인원 기준에서도 제외된다. 2차 접종까지 마치면 실내에서도 5인 이상이 모일 수 있다. 1차 접종자가 3600만명을 넘어서는 10월 1일부터는 거리 두기를 대폭 완화해 사실상 일상 회복 단계로 들어간다는 목표다. 정부는 “12월부터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차 접종자에 인센티브를 부여한 건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완료자에게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