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도 서울시의 ‘자가 진단 키트’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는 12일 “정부도 계속 검토해온 부분”이라며 “(식약처의) 허가가 이뤄지면 서울시에서 시범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증상자 등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가 진단 키트란 일반인들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한 뒤 코로나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도구다. 아직 국내에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지만,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쓰는 신속항원검사와 원리는 같다. 콧속 8~9㎝까지 면봉을 넣어 채취한 분비물을 검사 키트에 직접 넣어 양성·음성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15~30분이면 결과가 나오는 데다, 1회 검사 비용(1만6000원)도 싸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등에서는 약 5~10달러에 식료품 가게 등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정확도다. 전문가들은 임시선별검사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할 때부터 “진단 정확도가 낮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기존 PCR 검사의 경우 전문가가 검체에 포함된 코로나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정확도가 높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채취한 검체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양이 적을 때엔 양성을 음성으로 진단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가 허가한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민감도는 검증 때마다 들쑥날쑥하다. 민감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집단에게 양성 판정을 내리는 비율을 뜻한다. 처음 허가받은 업체 제품의 성능 시험에서 민감도는 90%로 나왔지만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검증에선 29%, 이달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 검증에선 17.5%로 크게 떨어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10명 중 약 2명만 양성으로 제대로 진단하고, 8명은 음성으로 잘못 진단한다는 얘기다. 잘못된 음성 판정을 받은 감염자가 맘 놓고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혁민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민감도 90%는 코로나 증상 발현 5일 이내 등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일 때의 결과”라며 “실제 의료진이 선별검사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속항원검사는 이보다 민감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영국이 지난해 확진자 폭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도입한 것을 우리가 이제 와 배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바이러스 양이 적은 무증상자를 신속항원검사 방식의 자가 진단 키트로 찾아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확정 검사 용도가 아닌 감염자 후보를 선별하는 보조적 검사 도구”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