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페이스북에 “한국이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스푸트니크V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를 제출받거나 자료 검토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질병청도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푸트니크V는 작년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승인한 코로나 백신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의 이름을 땄다. 이 백신은 당초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초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예방 효과 91.6%란 내용의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독일·프랑스 등 백신 부족 현상을 겪는 유럽 각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는 30일 화상 통화로 스푸트니크V의 사용과 공동 생산 등을 논의했다. 50여국서 승인도 받았다.

스푸트니크V는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얀센처럼 항원을 인체에 해가 없는 아데노바이러스에 끼워 인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2회 접종 모두 같은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쓰지만, 스푸트니크V는 1·2회 접종 때 서로 다른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쓴다. 전문가들은 “같은 아데노바이러스를 계속 주입하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몸에 생길 수 있어 백신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이론상으로는 스푸트니크V가 더 과학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12월 스푸트니크V를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와 두 백신을 결합 접종하는 임상 시험을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국내 일각에선 백신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스푸트니크V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한 바이오 업체가 이 백신을 춘천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달 8일 스푸트니크V에 대해 “여러 백신의 대안으로 가능성 있는 대상으로 검토하는 단계고, 구체적인 계약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