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9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EU 주요 회원국들이 EMA 승인 이후 잇따라 ‘고령자 접종 제한’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달부터 요양병원 등에 입원·입소한 고령자 위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예정인데, 우리도 고령자 접종 제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연합뉴스

65세 미만만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허용하도록 권고한 유럽 국가는 7국이다. 이 가운데 65세 미만 접종은 독일·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 등 4국이고, 폴란드는 60세 미만 접종, 이탈리아·벨기에는 55세 미만 접종으로 연령 기준을 더 낮췄다. 다만 이탈리아는 55세 이상 중 건강한 사람은 제한적으로 접종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반면 영국은 65세 이상도 접종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국에 본사를 둔 아스트라제네카사(社)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했다.

현재로선 우리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31일 식약처가 연 외부 자문가(8명) 자문단 회의에서 다수 의견이 ’65세 이상 접종 가능'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1일 “화이자 백신은 냉동 보관 백신이라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접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하면 접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를 열고 65세 이상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여부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1분기에 국내 도입되는 백신은 코백스를 통해 들어오는 화이자 6만명분과 아스트라제네카 75만명이다. 상반기(1·2분기)에 코백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130만~219만명분이 추가로 들어온다. 이 때문에 곧 시작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계획을 정부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모더나·얀센은 2분기에 도입되지만, 2분기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들어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상반기 백신 물량의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문가 견해는 엇갈린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물량 상황을 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안 보이지만, 그래도 추가 임상 자료 확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과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며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해 일단 접종을 시작하고 우리나라도 자체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2분기 전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다른 백신이 도입될 가능성이 작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