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 기형으로 뇌출혈이 생겨 오른쪽 편마비가 생긴 김모(30)씨는 서울 한 공립 종합병원에 재활 치료를 위해 입원한 지 2주 만인 지난 주 퇴원 통보를 받았다. 김씨 어머니는 “환자가 의식이 있으니 퇴원 1순위라는 말을 들었다”며 “같은 병동 환자들도 대부분 흩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확진자 대거 발생, 병상 부족 등으로 코로나 감염자뿐 아니라 일반 중증 환자 처치에도 구멍이 뚫리고 있다. 중증 확진자는 제때 입원을 못 받고, 원래 있던 일반 환자는 등 떠밀려 병원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상급 대학병원들은 현재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전체 병상의 1% 이상을 코로나 중환자 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개 중환자 병상은 병원 전체 병상의 10% 안팎이다. 비율로 치면 중환자 병상 다섯개 중 한개가 당장 줄어드는 것이다. 평상시 대학병원 중환자실 병상은 90% 이상 차 있다. 서울 한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새로운 일반 중증 환자를 아예 받지 않고, 그나마 상태가 나은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빼고 있다”며 “정부가 일반 중환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 같다”고도 했다.

◇수도권서 추가 사망자 늘어날 우려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756명이다. 그런데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올 들어 사망률이 작년보다 6% 안팎 상승해 2만명이 초과 사망했다”고 했다. 나머지 사망자의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추정은 가능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일시에 쏟아져 의료진이 코로나 대처에 몰두하게 되면 일반 환자들의 처치가 부실해지거나 지연되면서 그 기간 전체 사망자가 예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초과 사망자'라 한다. 올 2~3월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올 1분기 사망자는 작년 1분기보다 전국적으로 6% 늘었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폭증했던 대구는 초과 사망자가 전년 대비 11%, 경북은 9.5%였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가 쏟아질 때 암이나 심혈관 질환에 따른 초과 사망자가 급증했다”며 “전 세계 질병 패턴과 사망자 연구를 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지금처럼 수도권에 감염자가 폭증할 경우 추가 사망자가 6%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조사에 따르면, 지난 4~8월 미국 뉴욕 등 북동부 지역에서 감염자가 쏟아질 때 인구 100만명당 초과 사망자는 1473명이다. 비슷한 기간 스페인의 초과 사망자는 1057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았고, 독일은 147명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확진자 쏠림 발생과 의료 인프라 대처 능력 등과 연관이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6% 증가를 전제로 하여, 100만명당 390명꼴인 약 2만명 추가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방역 당국은 그러나 “10월 말까지 최신 사망 통계를 보면 올해 사망이 약 3% 증가했는데, 인구 고령화로 매년 사망자가 5000명 정도 늘고 있고, 일시적으로 2019년엔 사망자가 줄어 올해 많이 늘어나 보이는 것뿐”이라고 했다.

◇코로나와 일반 사망 줄이는 투 트랙으로

요즘처럼 수도권에서 매일 700~800명대 확진자가 나올 경우 의료 인프라 대응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의료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코로나와 비(非)코로나 일반 진료가 양립하는 체제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감염학회 등은 ▲권역별로 코로나 전담 병원 확충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병상 등에도 음압 시설 설치 ▲비(非)코로나 호흡기 발열 클리닉 별도 운영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왕준 병원협회 실무단장은 “의료진 탈진과 부족으로 병실이 있어도 병동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선제적이고 포괄적으로 하는 코로나 ‘긴급 재난 수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