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이 중환자 증가로 이어지고, 중환자 병상 포화로 자택 대기 사망자가 나오는 3차 대유행 쇼크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방역 실기(失期)’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제 검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료계 권고를 무시하다 지난 14일에야 수도권 지역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차린 것도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코로나 일일 추가 확진자 수가 109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12.20. /박상훈 기자

◇거리 두기 기준 안 지키고 소비 쿠폰 재개

방역 당국은 지난 10월 12일 2단계였던 거리 두기 수준(1·2·3단계 등 세 단계 거리 두기 기준)을 1단계로 낮췄다. ‘2주간 하루 평균 50명 미만의 지역 감염 발생’이라는 1단계 완화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그 열흘 뒤엔 2차 대유행으로 잠정 중단한 공연·영화·체육 분야 소비 쿠폰 발행도 재개했고, 여행·외식 분야 쿠폰까지 풀었다. 소비 쿠폰 발행 재개 당시 2만5000명 수준이었던 확진자는 두 달도 안 돼 5만명을 넘어 배로 늘었다.

지난 1일 2.5단계 상향 역시 기준 충족 이후 사흘 늦게 이뤄져 수도권에 한정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은 1만8379편(여객수 296만5257명)으로 작년 11월보다 13.4%(여객 수는 2.2%)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선 여객 수가 전년 동월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숙박 대전’ 운운까지 하며 소비 쿠폰을 잇따라 풀어 활동량 증가로 이어지면서 최근 급격한 코로나 확산세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지난 8~15일 일평균 지역 감염 사례는 832.9명으로 거리 두기 최고 단계인 3단계 상향 요건(800명 이상)을 충족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닷새째 3단계 상향을 미루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3단계는 우리의 전 경제 과정이 상당 부분 마비되거나 정지되는 상황을 상정한 것”이라며 “확진자가 늘었다고 (거리 두기 단계를) 기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는 말까지 했다.

당·정·청이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폭탄 돌리기'를 하는 와중에 K방역 자랑은 끊임없이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치료제를 생산하는 셀트리온 본사를 찾아 “코로나19를 조기 종식해 세계 최초 청정국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 코로나 긴 터널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기도 했다. 당·정·청이 섣부른 낙관론을 펼치는 사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2~3배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등 사태는 점점 걷잡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때늦은 ‘선제 검사’

3차 대유행의 특징은 두 가지다. 대규모 추적 조사로 대응하기 어려운 5명 미만 소규모 집단감염이 속속 터져나오는 데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걸렸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사례가 많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3차 유행 초기부터 대규모 선제 검사로 지역사회에 누적된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의 선제 검사는 수도권에 한해 지난 14일에야 시작됐다. 이달 14~19일 수도권 임시 선별진료소 134곳에서 무증상자, 비(非)접촉자 등에 대한 16만3316건의 진단 검사 결과 385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6~19일 2주간 신규 확진자 1만2126명 가운데 감염 경로 불명 확진자 수는 3207명(26.4%)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