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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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후에 길에서 사탕을 팔던 3살과 7살 여자아이 실종. 아이들이 없어진 건 4일 전. 젊은 여성이 아이들에게 접근했다고 함.”

지난 7일, 베트남 호찌민시 경찰들 사이에 이런 내용이 전달됐습니다. 수요일이었던 지난 3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앞 거리에서 여자아이들이 실종됐다는 것이었습니다. 670m 남짓한 이 거리는 관광객들이 몰리는 호찌민 시내의 대표적인 관광지. 실종된 두 여자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사탕을 팔기 위해 이 거리에 나왔다고 합니다.

호찌민시 1군 길거리에서 사탕을 팔다 실종됐던 두 아이. /VN익스프레스

어머니 응우옌 티 찌(27)씨는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자녀 4명을 데리고 나와 사탕을 팔곤 했다”며 “10살 된 딸이 9개월 된 아이는 인근 다른 거리에서 사탕을 팔고, 실종된 두 아이는 건너편에 있는 응우옌 후에 길에서 사탕을 팔고 있었는데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이 사라진 지 4일이 지난 일요일에야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그 사이,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죠.

경찰 인력 200명이 투입돼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졌습니다. 단서는 딱 하나. “젊은 여성이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이었습니다. 수색이 시작된 지 42시간 뒤, 두 아이는 고급 아파트에서 발견됐습니다. 21세 여성과 함께였습니다. 이 여성은 “돈과 간식을 주겠다”며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데려간 것”이라는 설명도 했죠.

아이들은 무사히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가난한 부모를 따라 길바닥을 떠돌다 범죄의 표적까지 된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만난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한밤중 유흥가를 떠돌며 사탕과 꽃을 팔던 아이, 구걸하는 엄마 등에 업혀 있다가 사람들이 내민 지폐를 꽉 쥐고 놓지 않던 아이,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큰 파도처럼 뒤엉켜 밀려가는 길바닥에 위태롭게 누워 있던 신생아. 위험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 말이죠.

◇길거리로 내몰리는 베트남 아이들

사파에서 만난 아이들. 소수 민족 전통 의상을 입고, 옷에 달린 장식을 흔들어 관광객의 시선을 끈 뒤 구걸을 한다. /사파=이미지 기자

작년 여름 사파에서 만난 아이들은 끈에 꿴 동그란 금속 장식을 몸에 두르고 있었습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다가오면 작은 몸통을 계속 흔들어댔습니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발육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인지, 키가 제 허리까지도 오지 않는 아이들이 관광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지요. 신발을 신지 않아 맨발인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춤사위라기보단 몸부림으로 느껴졌습니다. 눈이 시큰해져 뭘 하나 살까 하다가 발길을 돌렸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 2014년에서야 처음으로 전국 아동들에 대한 노동 실태조사가 이뤄졌습니다. 2016년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노동자는 175만명이었습니다. 베트남 5~17세 청소년의 10%에 달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농업(67%)에 종사하고, 서비스업(17%), 건설업(16%)에도 동원됩니다. 하루 평균 11~16시간씩 근무하지만, 임금은 성인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죠. 미국 노동부는 당시 아동 노동이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는 제품 목록에 베트남의 사탕수수, 커피, 신발, 가구 등 14개 품목을 추가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여전히 베트남 아동 5명 중 1명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빈곤은 아동을 노동 현장으로 내모는 이유가 되지요.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돈벌이에 이용되는 아동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호찌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부이비엔 워킹 스트리트에는 한밤중 부모의 등에 업혀 구걸하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고, 초등학생이 됐을까 싶은 어린 아이들이 식당에서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41척의 선박에서 해산물 채취에 동원된 12명의 어린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친척이었습니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친척이 일하는 배에 오른 것이었지요.

유니세프는 작년 7월, 부모를 도와 일을 해야만 하는 베트남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길거리에서 쓰레기와 병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13살짜리 소년 짜 롱과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근처 쌀국수 가게에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16세 소녀 누 이의 사례였지요. 누 이의 경우 쌀국수 가게가 벌써 세 번째 직장이라고 했습니다. 성적이 좋았지만, 학교는 꿈도 못 꾼다고 했습니다. 앳된 소녀의 얼굴을 마주하니 다시 슬퍼져 버렸습니다.

◇현실적 대응 방법은 뭘까

베트남은 아동 노동 착취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지난 2016~2020년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중단기 계획을 시행했습니다. 베트남 노동부가 베트남 7개 지역 1692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조사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약 90%의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 등 아이들 대신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거의 혹은 아예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부가 아동 인권을 위해 예의주시해야 할 문제로 ‘아동학대·온라인 상 폭력·체벌’을 꼽았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아동 인권 향상을 위한 워크숍과 아동 인권 신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죠.

관광객이 가는 식당에 아이를 등에 업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몰려 들었다. 제각각 자신의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중이다. /사파=이미지 기자

사파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아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작은 주머니나 가방을 파는 경우도 있었고, 그냥 구걸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우르르 몰려와 10여분 이상을 졸졸 따라오며 물건을 사라는 아이들에 둘러싸여 퍽 난감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노동 현장에 내몰리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아이에게 좋은 생활·교육 환경을 주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도 편하지 않겠지만요.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몸에 붙은 금속을 찰랑거리던 사파 지역의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고 돌아온 것은, 이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 돈이 되지 않아야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자체 역시 관광객들에게 “어린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사지 마라” “물건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홍보합니다. 아이들이 이런 일을 하지 않으려면 아이의 부모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지요. 다시 사파를 찾았을 때, 넓은 광장을 뛰어노는 아이들만 만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