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인류 최초로 지구 방위를 위한 우주 실험이 이뤄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무게 570㎏의 우주선을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500만톤 규모의 소행성에 정확히 충돌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DART)’이라는 의미의 영문 약자를 딴 ‘다트’ 우주선이다. 다트 우주선의 임무는 태양을 770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 디모르포스와 디디모스라는 쌍둥이 소행성 중 한 개와 충돌시켜 인위적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파괴하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처럼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지구 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다트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키는 지구 방어 실험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나타낸 모습. NASA는 지난달 26일 우주선을 소행성에 성공적으로 명중시켰다./NASA

다트 우주선의 타깃은 직경 160m 크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다. 지난해 11월 지구에서 발사된 다트는 10개월을 날아가 디모르포스에 시속 2만4000㎞(초속 6.6㎞)로 정확히 꽂혔다. 목표 지점과 실제 충돌 지점의 오차는 17m에 불과했다. 우주선과 소행성의 무게비로만 따지면 1t 무게의 코끼리에 0.1g의 모기가 부딪혀 코끼리의 질주 경로를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임무였다. 연구팀은 빠른 속도로 다트가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면 디디모스와의 공전 주기가 10분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소행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한 가지 가능성을 국제적 공조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소행성 충돌이 지구에 실제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약 6550만 년 전 지름 6~14km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공룡 멸종의 원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소행성이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비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미국이었다. 1994년 미 의회는 NASA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목록을 만들고 충돌을 막을 방법을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NASA는 1998년부터 근지구물체(NEO) 관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에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며 심각한 피해를 미칠 수 있는 직경 140m 이상의 소행성을 추적해왔고, 최소 90% 이상 찾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략은 소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과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는 방법이 있다.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법은 물리적 충격을 가해 지구 대기에서 타버릴 만큼 작아지도록 파편화하는 것으로, 소행성의 표면 또는 근접 상태에서 핵폭탄을 폭발시키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1998년 소행성과 혜성에 핵폭탄을 설치해 폭발시켜 지구를 구하는 내용의 영화 ‘아마겟돈’과 ‘딥임팩드’가 흥행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소행성 파괴는 대부분의 소행성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상당수 소행성이 중력에 의해 느슨하게 결합된 날아다니는 흙더미 형태이고, 그나마 빠른 속도로 자전하기 때문에 핵폭탄 설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소행성을 파괴했다고 해도 그 잔해가 충분히 작은 파편으로 나누어지지 않고 그대로 지구를 향하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적으로 우주에서는 포괄적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이 있어 핵무기를 우주에 가져가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

소행성의 존재를 일찍 발견할 수만 있다면 궤도를 변경시켜 지구와 충돌을 막는 두 번째 방법이 더 안전한 방법으로 인식된다. 딱딱한 암석질의 소행성이 아니거나 빠르게 회전하는 경우 충돌의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는 소행성에 거대한 무인 우주선을 접근시켜 중력의 잡아당기는 효과를 통해 트랙터처럼 소행성을 끌어 궤도를 변경시키는 방법도 있다.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대규모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은 좀처럼 발생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로 시기를 확장하면 소행성 충돌은 지구 역사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일 80~100t의 물질이 우주에서 먼지와 작은 운석 형태로 지구로 떨어진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해 15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직경 17m의 운석은 떨어질 확률이 100년에 1~2회 정도이다. 물론 희망은 있다. 가뭄, 홍수, 태풍, 지진, 해일과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행성 충돌은 최소한의 과학적 대비책이라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성 방어에 대한 노력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은 2016년 NASA에 행성방어조정실(Planetary Defense Coordination Office)을 두고 1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된 팀이 소행성의 잠재적 위협을 식별하고 궤도를 모니터링하며 충돌 회피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은 다트의 충돌 이후 소행성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2024년 헤라(HERA)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며, 중국도 2025년부터 소행성 감시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다트와 같은 소행성 충돌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7대 우주강국을 꿈꾸는 우리나라는 지구방어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