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비비테

세 식구가 아침 일찍 공항에 가는데 짐이 너무 많아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지하철은 엄두가 나지 않았고 공항버스는 아직 편수가 많지 않았다. 일반 택시엔 짐이 다 안 들어갈 것 같아 미니밴 택시를 부르려고 하니 예상 요금이 11만원 넘게 나왔다. 화물칸이 큰 콜밴은 미터기가 없어 바가지 쓰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써넣으면 콜밴 기사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앱을 찾았다.

여러 콜밴이 올린 요금 중 가장 싼 것이 11만6000원가량이었는데 첫 이용 20% 할인 쿠폰을 적용하니 9만3000원쯤이었다. 미니밴 택시보다 2만원쯤 쌌지만 요금을 전액 선불해야 예약이 됐다.

콜밴 기사는 약속한 시각에 정확히 도착했다. 차량 내부도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예전 콜밴의 악명을 벗으려고 애쓰는 듯했다. 기사는 조심스레 콜밴 앱에 자기가 얼마를 제시한 걸로 뜨더냐고 물었다. 11만6000원인데 20% 할인 받았다고 하니 기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택시보다 높은 금액을 올릴 리가 있겠습니까. 그 앱에서 왕창 올려놓고 할인해 주는 척하는 거예요. 가격 경쟁시키는 앱 때문에 기사들 수입은 줄고 손님들은 요금 더 내는 거죠.”

기사는 요금으로 9만원을 올렸다고 했다. 20% 할인 쿠폰이 없었다면 기사는 9만원, 앱이 2만6000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요금의 22% 넘게 떼어가는 셈이다. 기사에게 다음번에 또 콜밴을 탈 일이 있으면 직접 연락하겠다고 했다.

요즘 택시 부를 때 웃돈 주지 않으면 택시를 탈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기본요금은 3800원 그대로인데 호출비 3000원을 내야만 택시가 바로 잡히니 사실상 기본료 6800원이나 마찬가지다. 기사 몫은 늘지 않고 택시 앱 만든 회사 배만 불린다.

배달시켜 먹는 일이 드물어 잘 모르겠지만, 요즘도 중국집에 주문을 하면 무료로 배달해주는 데가 있을까 싶다. 가끔 가던 중국집이 배달 오토바이를 모두 없앴기에 물어보니 다들 배달 앱 회사로 갔다고 했다. 음식점이 1만원어치 배달 주문을 받으면 배달료와 수수료 떼이고 7320원만 건진다. 그걸 만회하려고 음식 값을 올린다니 결국 소비자가 다 뒤집어쓴다.

IT를 기반으로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가 국내는 물론 세계경제를 호령하는 시대다. 컴퓨터 앞에서 머리 굴린 사람들이 큰돈을 벌면 땀 흘려 운전하고 음식 만든 사람들의 삶도 덩달아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꼬리가 몸통을 계속 흔들면 몸통에 탈이 난다. 붙어있을 때 잘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