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구에서 약 25광년(약 9조4600억km) 떨어진 베가성에서 온 외계 신호를 분석해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한 장치(워프게이트)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인류를 대표해 워프게이트를 타고 외계의 지적 존재를 만나러 갈 탑승자 단 1명을 선발하는 최종 면접에서 천체물리학자 엘리는 뜻밖의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미국·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소유스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기 전에 그리스정교회 사제로부터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의식을 받고 있다. /NASA

1997년 개봉한 SF(공상 과학) 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이다. 엘리는 먼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 신호를 처음 발견하고 신호 해독에도 큰 공을 세우지만, 단지 신(종교)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워프게이트 탑승자 선발에서 탈락한다. 세계 인구의 90%가 어떤 형식으로든 종교를 갖고 있는데, 엘리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인류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외계인 존재에 대해 다룬 영화 콘택트는 아직 인류에게 낯선 우주라는 공간에서 종교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에서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에 반대한 광신도로 인해 발사 직전의 워프게이트가 폭파되는 모습은 향후 인류가 본격 우주 개발 사업을 시작할 경우 겪게 될 종교 갈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우주에서 하는 종교 행위에 대한 논란은 1960년대 시작됐다.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미국의 우주인 3명은 성경 창세기의 1절부터 10절을 나누어 낭독했다. “지구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하는 메시지는 전파를 타고 약 30만km를 날아 지구의 30여 나라에 방송되었다. 이듬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 표면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은 달 착륙선 안에서 요한복음의 한 구절을 읽으며 성찬 예배를 올렸다.

대부분 기독교인이었던 초기 미국 우주인들의 이런 모습은 공개적으로 홍보됐지만, 모든 사람이 반긴 것은 아니다. 1960년대 미국의 대표적 무신론 운동가 매덜린 오헤어는 아폴로 8호에서 창세기를 낭독한 일과 올드린의 ‘달 예배’에 분노해 우주인들의 성경 낭독을 금지하겠다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NASA는 800만명에게 우주인들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지지하는 서명과 편지를 받았고, 결국 소송은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기독교에 비해 엄격한 율법과 의식을 지닌 타 종교를 가진 우주인은 우주여행이 쉽지 않았다. 2003년 이스라엘 최초 우주인으로 16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한 일란 라몬은 유대인 안식일을 지켜야 했다. 토요일 일몰을 기준으로 촛불을 켜고 정교 의식을 해야 했지만, 우주정거장이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다 안전 때문에 촛불을 켤 수 없었다. 율법학자들은 논쟁 끝에 우주선이 출발한 미국 플로리다 시간을 기준으로 안식일을 지키고 촛불 없이 경전을 암송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최초 우주인 셰이크 무샤파르 슈코르 역시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할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 무슬림인 그는 하루 5번 성지 메카를 향해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려야 했다. 그러나 초속 8km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선 안에서 메카의 방향을 알기도 어려웠고, 몸이 둥둥 떠다니는 무중력 환경에서는 엎드리는 자세를 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슬람 법학자·과학자 150명을 소집해 이틀에 걸쳐 우주에서 무슬림이 따라야 할 표준 지침서를 마련했다. 우주에서는 어떤 방향이든 상관없이 무릎을 꿇지 않고 서서 기도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구에선 수백, 수천 년 동안 큰 변화를 허용하지 않던 종교 집단도 우주여행 시대에 맞춰 조금씩 그 전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종교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는 화성(火星)과 같은 다른 행성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치열하다. 스페이스X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화성에 가는 시점을 2029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화성의 첫 이민자를 선발할 경우 영화 콘택트에서 그랬듯 지원자의 종교 유무를 어느 정도로 고려해야 할까. 여기에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화성’과 ‘종교와 상관없는 화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먼저 종교적 신념이 초창기 화성 이주민들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대처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나아가 사회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관점이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18세기 미국 개척 시기 이민자들의 청교도 윤리가 자본주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처럼, 종교적 자유가 인류의 화성 정착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화성을 무신론자들의 에덴동산으로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역사적으로 종교가 사회의 진화에 중심적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종교로 인한 갈등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종교의 대척점에 있으며 화성 식민지 건설이야말로 과학기술의 정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매력적 대안이다.

현재 러시아에선 소유즈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떠나는 우주인들은 우주선에 오르기 전 러시아 정교회 신부가 성수를 머리에 뿌려주며 축복해주는 의식을 치른다. 이러한 의식에 우주인들이 종교적 의미를 크게 두지 않고 참여하는 것처럼, 종교 유무가 화성 이주 사업을 추진할 때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류의 거주 영역이 지구를 벗어나면서 종교의 모습도 서서히 변할 것이며, 이미 그러한 변화를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