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파트 단지에 코로나 양성자가 나와 분위기가 삼엄합니다. 중국어를 못해 아파트 주민들의 위챗(중국 SNS) 단체 메시지를 이해하기 힘드니 더 답답하고 우울하네요.”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 약 한 달. 한국과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는 곳이 있다. 중국의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다. 이곳은 지난달 9일부터 ‘봉쇄’ ‘통제 관리’ ‘방범’ 세 단계로 나눠 통제되고 있다. 사실상 2400만 명이 사는 도시 전체가 폐쇄된 셈이다. 그중 ‘봉쇄 구역’은 최근 7일 내 감염자가 나온 곳으로, 주민들을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초강력 통제가 이뤄진다. 당초 봉쇄는 닷새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 수를 ‘0′으로 떨어뜨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발표하면서 봉쇄는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약 1만명. 이들은 불확실한 정보와 제한된 소식에 불안하지만, 같은 처지의 교민들을 보며 위안 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상하이 봉쇄 라이프’라는 해시태그를 단 교민들의 게시글이 쏟아진다. 외출 금지로 이발소를 못 가 덥수룩한 머리, 정부 구호 물자로 만든 요리를 인증하는 사진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상하이 봉쇄 상황 속 한국 교민들은 어떤 마음으로 버텨내고 있을까.

중국 상하이에서 방호복을 입은 자원 봉사단이 주민들에게 정부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모습. / 김민정씨 제공

◇출입증 겨우 얻어… 아이 안고 병원까지 10km 걸었다

상하이 주민들이 외출하려면 주민위원회의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의료인, 격리시설 근무자와 같은 특별 업종 종사자나 병원 진료가 시급한 환자에게만 발급된다. 문제는 차량 이용이 금지되고, 대중교통이 중단돼 출입증이 있어도 멀리 나갈 수 없다는 것. 상하이 민항구에 거주하는 신정훈(45)씨에게는 태어난 지 11주 된 자녀가 있다. 신씨는 “아이에게 백신 접종을 하려고 출입증을 받았는데, 병원까지 갈 방법이 없어 아이를 안고 왕복 10km를 걸어 다녀왔다”며 “저렴한 보건소는 전부 문을 닫고, 외국인만 상대하는 비싼 병원만 영업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녀왔다”고 했다.

제한적 활동이 가능한 ‘방범 구역’에 사는 주민도 외출이 까다롭긴 마찬가지다. 장안구에 사는 김민정(31)씨는 “얼마 전 방범 구역에 사는 다른 주민이 출입증 없이 외출했다가 경찰에 걸렸다. 그 뒤로 아파트 문이 폴리스 라인으로 아예 막혔다”며 “이럴 거면 세 단계로 나눈 통제 시스템은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입증 발급 기준도 아파트마다 제각각이다. 지난달 1일부터 봉쇄된 푸서 지역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우리 단지에서는 3주째 감염자가 없어도 한 통도 발급되지 않았다. 같은 방범 구역인데도 다른 곳보다 훨씬 발급이 까다롭다. 택배 가지러 가는 척 몰래 아파트 뒤에서 눈치 보며 걷는 게 유일한 외출이었다”고 했다.

상하이 봉쇄 지역의 식료품 배달원들이 물건을 찾아가려고 대기 중인 모습. / 김민정씨 제공

◇배달앱 클릭 전쟁… 돼지고기 값 1.4배 올라

봉쇄 지역에 전달하는 정부 구호 물자는 채소, 멸균 우유, 쌀과 같은 생식품, 가공된 중국 간식 등이다. 입국 뒤 의무 격리를 포함해 70일째 격리 중인 박모(49)씨는 “훈제된 오리알이나 유통기한이 매우 긴 빵처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음식들은 아파트 직원들에게 기부했다”며 “구호 물자로는 매 끼니를 때우기 충분하지 않아 아파트 주민들끼리 주류나 세면용품, 휴지를 공구(공동 구매)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량 공동구매가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금세 물건이 동나 생필품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푸서 지역의 김씨는 “식료품 배달앱이 열리는 시각이 매일 새벽 6시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30개 정도 담아 놓으면 주문에 성공하는 건 2~3개 정도다. 이마저 한 달 동안 3번밖에 하지 못했다”며 “빠르게 클릭하면 성공할까 싶어서 전동 마사지건을 이용해 화면을 눌러보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물가도 크게 올랐다. 돼지갈비는 코로나 전 가격인 500g당 28위안(약 5300원)에서 40위안(약 7600원)으로 올랐다. 현지 한국인 모임인 상해한국상회는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교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보내기도 한다. 된장이나 고추장과 같은 음식을 1인 가구와 유학생, 외곽지역 주민, 중국어를 못하는 교민 등에게 나눠주고 있다. 상해한국상회 박상민 부회장은 “상해영사관과 코트라(KOTRA)와 함께 민관 합동 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79만위안(약 1억5000만원) 정도 모였고, 지난 주말까지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지역 대학은 지난 3월부터 캠퍼스가 봉쇄됐다. 지난달부터는 아예 학생들이 기숙사 방에서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교내에서는 외부 음식 주문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도시락과 간식만 먹을 수 있다. 상하이에서 지난 9일 한국으로 돌아온 유학생 이모(21)씨는 “도시락이 기름지고 맛이 없어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 친구들도 먹기 힘들어 했다”며 “야채볶음에서 상한 냄새를 맡았다는 친구도 여럿 있고, 도시락 먹고 복통이 있거나 설사를 했다는 중국인 친구도 있었다”고 했다.

외출이 통제된 한 주민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원에게 전달 받는 모습. / 김민정씨 제공

◇봉쇄 버티려면 쓰고·운동하고·요리하라

격리 생활을 버티는 각자의 팁을 전한 이들도 있다. ‘비대면 모임 즐기기‘ ‘요리법 개발하기’ ‘일기 쓰기’ 등이다. 70일째 격리 중이라던 박씨는 “2주에 한번 가던 미용실을 두 달 넘게 못 가니 머리가 덥수룩하다. 화상으로 회의나 친구들 모임을 하면 모두 똑같은 꼴이라 가관인데,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푸서 지역 김씨는 구호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를 이용해 소금빵부터 바나나빵까지 만들며 베이킹 전문가가 됐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일주일에 2~3번 봉쇄 일기를 쓴다. 내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할 수 있어 우울해지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뉴스 피하기, 꾸준히 운동하기를 추천하기도 했다. 상하이 송장구에 거주하는 박모(39)씨는 “얼마 전 아파트 한 동에 확진자 한 명만 나와도 주민 전체가 격리소로 보내진다는 뉴스를 봤다. 정확한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뉴스를 보면 마음이 피폐해진다. 시간을 정해 꼭 확인해야 할 내용만 보고, 뉴스를 계속 틀어놓는 습관은 버리려 한다”고 했다. 박씨는 또, “집에서 의자를 이용해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한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야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