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대기질이 나쁜 가운데 29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도립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남강호 기자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의 영향으로 이번 주말 짙은 미세 먼지가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29일 “모래 먼지는 북서풍을 타고 중부 지방에서 남부 지방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30일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 발원 가능성이 있어 황사 영향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이번 황사는 지난 26~27일 중국 내몽골 자치구 얼롄하오터와 우라터중치, 북만주 부근에서 동시에 발원했다. 앞서 16일 내몽골 자치구인 츠펑에서 황사가 발원해 17~19일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지 열흘 만에 다시 거대 모래 바람이 인 것이다. 발원량 자체는 비슷했지만 이번 황사의 경우 모래 바람이 한반도 전체를 훑는 식으로 ‘바람길’이 만들어지면서 미세 먼지 농도가 더 짙었다.

29일 아침부터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미세 먼지(PM10) 1시간 평균 농도가 ‘매우 나쁨’의 기준이 되는 1㎥당 151㎍(마이크로그램)을 훌쩍 넘어섰다. 오전 9시 기준 서울이 449㎍, 인천 355㎍, 경기 419㎍, 강원 372㎍, 세종 175㎍, 충북 192㎍, 충남 187㎍ 등을 기록했다. 29일 새벽 수도권을 시작으로 충남, 강원영서, 강원영동에 차례로 황사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됐다. 주의 단계는 미세 먼지 1시간 평균 농도가 300㎍ 이상인 상황이 2시간 지속하면 내려진다.

그래픽=박상훈

황사는 찬 북서풍에 실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중부, 남부, 제주를 차례로 통과하기 때문에 30일에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황사가 더 심하겠다. 황사위기경보도 중부 지방은 차차 해제되고, 남부 지방은 발령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사가 남하하는 과정에서 모래 먼지가 조금씩 소진되기 때문에, 농도 자체는 중부 지방보다 심하진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황사의 ‘본진’은 30일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0~31일 우리나라가 이동성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바람이 잘 불지 않고, 낮 기온도 최고 21도까지 오르는 탓에 미세 먼지 농도는 주말 내내 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낮 기온이 20도 내외로 올라가면 지표가 달궈지면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먼지가 떠다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 낮 동안은 외출을 삼가고, 야외 활동 시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황사는 예년과 달리 1~2월엔 발원하지 않다가 3월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겨울(작년 12월부터 올 2월) 내몽골고원에 눈이 많이 내리고,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래 먼지가 눈에 덮여있었기 때문이다. 3월 들어 눈은 녹았지만 내몽골 지역은 여전히 평년을 밑도는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차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황사를 일으킬 때 그 양도 많아지고 있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분다. 내몽골고원이 있는 북쪽은 평년보다 춥고, 우리나라는 포근한 날씨 흐름이 이어지면 황사가 더 자주 우리나라 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 날씨는 다음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도에서 영상 8도, 낮 최고기온은 12~21도로 예보됐다. 31일도 최저 영하 2도에서 영상 11도, 최고 14~21도로 비슷하겠다. 4월에 들어서면서 최저기온이 영상권을 회복하고 낮 기온도 20도 내외를 유지하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1~2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겠고, 3~4일엔 제주도와 전남·경남권에 비가 예고됐다.